인생을 노래하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졸거나 혹은 즐기거나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dts]
빔 벤더스 감독, 라이 쿠더, 이브라힘 페레, 루벤 곤잘레스 외 출연





씨네큐브에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앵콜상영하고 있다. 이브라힘 페레가 세상을 떠난 것이 얼마전이고, '더 바 부에나비스타'의 공연도 있던터라 요즘 부쩍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봐야겠다는 마음에 간만에 민첩하게 움직였다. 학교 다닐 때 학생회관의 조악한 스크린으로 슬쩍 본적은 있지만, 제대로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

일단, 티켓박스 옆에 붙여 놓은 아래의 멘트가 발을 잡는다. "루벤 곤잘레스, 꼼빠이 세군도, 이브라힘 페레... 인생의 슬픔과 아름다움, 낭만과 자유, 그리고 꿈과 한숨을 노래하던 할아버지들이 하늘에서도 그렇게 함께 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분들을 한 자리에서 다시 뵙고 싶은 간절함으로 준비합니다."

혁명 이후 쿠바음악이 쇠퇴함과 동시에 아바나에서 활동하던 음악가들도 직업을 잃고 흩어지게 된다. 그리고 다시 30년, 미국의 프로듀서 라이쿠더가 아바나에서 이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녹음을 하면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 탄생한다.

그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구성한 영화는 암스테르담 공연의 오프닝 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둡고 텅빈 무대에 이들 멤버들이 하나 둘 오른다. 이어 낮은 조명이 켜지고 흘러나오는 Chan Chan. 이어지는 사람들의 박수소리에는 이들 인생에 대한 연민과 존경, 이들 음악에 대한 찬미와 공감이 담겼다. 그들의 목소리만큼 그 박수 또한 진심에서 우러나와, 그들의 무대를 채운다.

이어지는 장면은 멤버들의 각각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 쿠바 혁명 이후 30년 동안의 이야기들을 공연과 겹쳐가며 보여준다. 무대를 떠나 구두닦이 같은 직업을 전전하며 살아온 이브라힘 페레, 쿠바 3대 피아니스트 중 하나로 이름을 날렸지만 80살이 넘어서야 첫 음반을 내게 된 루벤 곤잘레스, 그리고 꼼빠이 세군도와 오마라 포르투온도, (안타깝게도)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연주자들의 소박하지만 절절한 인생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다시 1998년 카네기 홀 공연. 음악을 떠나서는 늙고 새까만 할아버지였던 이들이 무대 위에서 다시 거장으로 우뚝 선다. 오랜 세월 그들을 지켜준 음악을 진심으로 즐기면서, 힘들었던 세월에 대한 회한이나 노여움까지 넘어서서, 인생은 슬프지만 여전히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담아서, 열정적으로 그들 최고의 공연을 만들어낸다. 소박하게 그러나 진심으로, 충분히 아파하고 기다리고 사랑하고 즐겨라, 음악이든 인생이든...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할아버지들의 음악이 그렇게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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