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4 21:32

리틀 포레스트 - parenting 너와 함께

농촌 판타지, 무농약 농촌 먹방이라는 <리틀 포레스트>를 봤다. 어디로든 돌아가 흙을 만지고 푹 익힌 배추 된장국 한 솥을 끓여낼 공간이 있다는 건 좋은 일. 지내다보면 손에 만져지는 흙처럼 원칙이 분명하고 단호한 것, 푹 익힌 배추 된장국처럼 푸근하고 깊은 것이 필요하다. 정신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요즘 내게는 그런 공간이 - 침대 속, 동네 카페, 동네 산책 길 정도인 것 같지만 ㅠ

영화에서 딸이 수능시험을 마치자마자 엄마는 시골 집을 떠난다. 진작 시골을 떠났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인데 왜 '그때'인가? 엄마는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아빠가 영영 떠난 후에도 엄마가 서울로 다시 돌아가지 않은 이유는 너를 이곳에 심고 뿌리 내리게 하고 싶어서 였어. 힘들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는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엄마는 믿어. 지금 우리 두 사람, 잘 돌아오기 위한 긴 여행의 출발선에 서 있다고 생각하자."

이 대사를 듣는데 은유가 생각나 눈물이 좀 났다. 농촌 판타지를 흠모하는 지친 도시 청년모드로 영화를 본 게 아니라, 뭘 봐도 엄마 모드로 보게 된다.

어린 시절. 인생의 새벽. 무용한 짓을 열렬히 해보는 몰입의 시간. 지루함 속에서 친구와 놀이를 만들어 내는 시간. 그 과정을 통해, 한 인간이 스스로의 토대를 만들어내는 시간.

아이는 지금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한 사람을 어딘가에 심고 뿌리 내리게 하는 일, 그의 마음 한 가운데에 단단하고 깊고 푸근한 숲이 자라도록 돕는 일. 그런 게 parenting이면 나는 뭘 어떻게 얼마나 하고 있는 걸까.

내 안의 작은 숲 돌보자고, 아이라는 작은 사람이 키워가는 작은 숲에 무심했나 싶기도 하다. 내 숲이 달려져야 아이의 숲도 건강해질 것 같다.

숲 생각 좀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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