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7 20:38

디지털로 끌어내는 참여, inclusive education 교육개발협력 사업.평가

"To inspire breakthroughs in the way the world treats children and to achieve immediate and lasting change in thier lives."
"세상이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아동의 삶에 즉각적이고도 오래 지속되는 변화를 이루어낸다."

매우 잘 쓰여진 문장. 문장 자체로 아름다울뿐 아니라 어느 수준의 사고와 행동을 해야할지 방향타가 되어주는 선언. 한 기관의 미션 선언문. 한때 매우 좋아했다. 지금도 이 문장보다 더 잘 쓸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어떻게' 인데, 규모가 어떻든 끝이 어떻든 이 문장이 담은 포부를 현실로 풀어내는 일, 그런 무브먼트를 같이 만들자고 사람들 마음을 쿡쿡 찌르는 일을 해볼 수 있다면 매우 감사한 일이다.

요즘 우리 회사는 USAID와 World Vision과 Australian Aid가 후원하는 Sign on for LIteracy 대회에 참여해 '킷킷스쿨'의 게임과 책 콘텐츠에 탄자니아 수화 비디오를 넣는 작업을 한다.

대표님 표현으로는 대부분이 XPRIZE 대회 업데이트로 바쁜 와중에 한줌의 '별동대'가 이끄는 작업. 그런데 별동대에 사람들이 붙고 붙어서, 탄자니아 수화통역 전문팀의 통역사만 해도 9명이 되고, 여기 지역의 청각장애인 권익단체 사람들이 줄을 이어 구경을 오고 한다.

"이 프로젝트가 탄자니아의 청각장애아동의 교육문제를 크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기뻐하고, 많은 질문을 하고, 도와주거나 협력할 방안을 물어온다."

외부의 디지털 기술 전문가인 우리가 그들을 돕는 게 아니라, 탄자니아의 청각장애인 커뮤니티가 우리의 제품 개발을 '돕는다'. '도와줄게' '협력할게' 한다.

우리가 만드는 기술과 제품이 청각장애를 가진 탄자니아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거라는 사실을 이보다 더 분명히 말해주는 반응도 없을듯. 우리 커뮤니티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니, 우리가 이번 일을 잘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의 표현. 이런 거 국제개발협력 지역개발사업의 목표 아닌가. 매우 반가운 마음으로 몇번이고 읽었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제품이 해낼 수 있는 인클루전(통합) 학습에 대해 새로운 스탠다드를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시, 대표님의 표현인데, 그 포부의 천분의 일도 못 따라가는 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교육 현장에서 펼쳐질 한 장면은 보고 싶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비장애 아이들이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읽고, 같은 장면에서 웃고, 같은 방식의 학습게임을 해나가는 학교 풍경.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부모, 교사, 커뮤니티가 "이런 방법을 통해서라면, 이런 디지털 기술의 도움을 통해서라면 우리도 할 수 있겠다, 해볼만 하겠다"하고 사고의 틀을 살짝 바꿔보는 장면. 누구는 지치고 누구는 방관하는 현재 상태에 균열을 내는 장면.

거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이런 장면들이 한 지역사회에서 만들어 내는 "세상이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의 변화"는 소중하다. 한번 경험하면 새겨지고 자라나는 문화다.

디지털 전문가가 아닌 내게 디지털은 바로 이런 도구이자 언어인 것 같다. 어렵고 거대한 문제를 새롭게 풀어볼 수 있다는 제안을 가능하게 하는 또 하나의 도구. 세상이 아동을 대하는 새로운 방식, 새로운 사고를 끌어내는 기술.

며칠전에 개발협력 동네의 선배님이 내가 킷킷스쿨에서 발견한 것, 이 일을 해보자고 결심한 한방이 뭐냐고 물었는데, 이런 게 그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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