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21 01:08

안녕, 사랑했어.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오늘도 책상이 뭐 이렇게 더러워' '진짜 갈 거야?' 하는 구박을 웃음으로 이겨내고, 어제로 세이브 마지막 퇴근을 했다.

만 6년 조금 넘는 세이브 생활을 정리할 시간이 한달 정도 있었다. 업무 인계하며 부서분들과 평소에도 다 못한 일 이야기를 실컷 했다. 그게 좋았다.

지나온 일 정리하며 고마운 마음 전할 기회가 있었던 것도 정말 감사한 일. 아쉽다, 수고했다, 고마웠다, 응원한다는 인사도 과분하게 받았다. 세이브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아이고 ㅠㅠ).

"아동권리에 대해 잘 모르는데 그래도 괜찮을까요?"로 시작한 일이었다. 뭘 모르고 시작해 권리옹호부, 스쿨미유닛, 해외사업부를 거치며 의미도 재미도 누리며 일했다.

삼십대 초반까지 해외봉사 한번 가본적 없이 책으로만 국제개발을 접한 나를 처음 받아준 곳. 출근때부터 "꼭 필요한 일이고 누군가는 먼저 시작해야 하는 일인데 아무도 안 하고 있다면, 그런 일 맘껏 그려보세요"하는 주문을 던져준 곳. 팀을 맡겨주고, 일을 만들면 그때그때 함께 일하는 동료를 늘려준 곳. 서울의 사무실이든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사업장이든 내게도 '현장'을 갖게 해준 곳. 기관 안팎에서 좋은 질문들 던지고 같이 풀어가는 동료들을 만나게 해준 곳. 인생의 선생님이 된 상사들을 만난곳.

내게는 첫날부터 참 고마웠던 세이브더칠드런이다.

부서분들이 퇴사 '축하'를 해줬다. '세상에 퇴사를 축하 받기는 처음인데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싶었다.' 동료들 표정에 진심이 묻어났다. "길을 만들며 일하다가 어느 때가 되어 다시 길을 찾아 가는 씩씩한 선배 모습을 봐서 좋다"고 누가 말해줘서 매우 큰 응원이 되었다.

어제 마지막으로 받은 업무 메일은 시리아 7년에 대한 것. 설 연휴를 앞둔 날, 옹호팀, 미디어팀 동료들과 작은 방에 모며 한참 동안 시리아 7년 이야기를 했었다.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크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해도, 상황을 알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하자"는 이야기를 하며 생각을 모았다. 시리아 아이들을 향한 부채감, 죄책감이 있다 했다. 오랜 전쟁을 거치는 동안 아이들이 겪는 고통이 있고, 한국에서 우리는 그걸 보고 듣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지 않나... 그러면 할 일을 해야 한다는 마음.

액션 아이템을 정리하니 여러 곳에 제안하고 부탁할 일들이었다. 한 동료가 말했다. "거절해도 물어볼 수 있잖아! 우리의 모토는 shameless asking! 아이들 생각해서 그렇게 합시다." 그 말을 조용히 받아적었다. '언제고 이거 보고 용기내야지!' 하면서.

5년전 이 즈음에도 우리는 시리아 아이들 생각하자며 길 위에서 촛불 밝혔는데... 세상을 다 바꾸지 못해도,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이렇게 계속 해나가는 사람들이다. 나의 동료들이. 동료였던 분들이.

나도 계속 해나가는 사람이 되어야지. 시행착오도 찌질한 일도 두둑하게 했지만 나를 만들어준 시간, 내가 나를 사랑했던 시간이었다. 동료분들 덕분이다.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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