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7 20:41

곡면의 힘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시작(詩作)이란 홀로 운동하는 운동 선수가 오직 스스로에게 몰두하는 듯하지만 기실 자신의 의식과 상관없이 공동체를 향해 열려 있듯이 그렇게 이루어진다. (…)패스를 연습하는 축구선수는 공의 향방만을 의식하지만 그야말로 자신의 패스를 받을 자를 필연적인 근거로 삼는다.(…)우리는 고독을 통해서조차 공동체를 향해 나아간다. 따라서 표면에 나타난 형태가 나이건 너이건 어떤 것이건 간에 시를 주관하는 근본적인 화자는 '우리'이다." - (<곡면의 힘>, 서동욱, '시인의 글' 중에서)

어찌 시를 쓰는 일만이 그럴까. 개인연습을 할 때도 토탈 사커를 그리면서 한다. 작은 이파리 하나를 그리면서도 나무를 상상한다. 작은 프로젝트 하나를 하면서도 아이들의 자람을, 사회의 변화를 기다린다.

무수한 헛발질을 쌓으면서 왔다. 작은 성공과 작은 실패를 쌓아서,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움직임은 멈추지 않으면서, 정확히 바로 그 방식으로, 공동체에 가 닿는다 생각했다. 굽었다 곧아지고 기울었다 다시 차는 곡면의 힘으로.

내가 그린 '공동체’는 누구이며 어딜까. 어디였을까. 정답은 아니더라도 설명할 언어와 감각은 누리고 얻은 시간이었다. 매우 고맙고 다행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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