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0 23:22

나의 MVP 개발 학/업 노트

아마르티아 센은 "포괄적으로 시장에 반대한다는 것은 마치 포괄적으로 대화를 거부하는 것과 같은 이상한 태도"라고 강조한다. 문제는 시장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지배하는 규율과 제도에 있다.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시장의 영향은 빈곤층이 시장의 작동 방식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대부분의 가난한 농촌 마을의 찬란한 미래는 첨단기술의 혁신이 아니라 시장에서 농민이 누리는 권력을 향상시키는 개선된 조직을 통해서 성취될 수 있다. 소농들은 수가 적고 가난하고 조직화되지 않아 시장에서 힘을 갖추지 못했다. - <빈곤에서 권력으로>, 던컨 그린

영국 국제개발부 (DFID)의 2011년 연례 보고서에 '민간 섹터'는 34번 언급된 반면, NGO는 3번, 자선기관 ('charity')는 단 2번만 언급되었다고 한다. 국제개발협력에서 민간 섹터의 역할 증대는 분야를 막론하고 이미 커다란 흐름이다. 문제는 누가 주도하는, 누구를 위한, 어떤 방식의 협력 혹은 역할 증대인가에 있다.

위의 박스에 인용한 글은 몇 해 전에 <빈곤에서 권력으로>를 처음 읽으면서 노트해두었던 부분. 자료를 찾다가 다시 마주쳤다. 국제개발협력이든 현장에서의 빈곤완화 프로젝트이든 학교에서의 연구이든 어떻게 이름을 붙이더라도, 나의 MVP (the most vulnerable and poor)는 저개발국의 빈곤층, 그 가운데서도 소농이다.

나의 MVP를 충실히 모시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는 삶이면 좋겠다. 어디서 일하든, 어디서 어떤 이슈를 만나더라도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에게 가장 나은 것이 무엇인지 헤아릴 수 있었으면 한다. 그게 더 많은 시장과 기업활동이든, 더 많은 농민 조직화와 생태농업, 식량주권이든... 시장을 본다면 소농이 시장에서 어떻게 조직화되고 더 많은 권력을 누릴 수 있는지를 보고, 생태농업을 본다면 환경적 요구와 소농의 빈곤완화 사이의 긴장감을 놓지 않고 보고 싶다.

그들의 이름을 팔지 않고, 그들의 이름을 들어 내 입장을 고집하지 않고, 그들의 편에서 그들을 대신해 공부하면서, 도전하고 도전받으며 긴장을 유지하고 싶다. 나 스스로는 도구로 쓰였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완고하고 동시에 유연했으면 싶다. "What I've said before and I always say, I came here to DO something, and I didn't come here to BE something."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말고, 무엇을 '하는 데' 마음을 쓰라는 세계은행 김용 총장의 메시지를 다시 수첩에 적어둔다. 내가 옹호할 것은 가난하고 빈곤한 지역, 소외된 농민의 권리 그 자체이지, 특정 방식의 개발사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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