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22 20:13

식량위기 해법.. 어디로 가고 있나 - G8 선진국이 합의한 해결책 기후.농업.식량

[관련글] 식량위기와 영양실조 – G8/G20를 통해서 본 선진국의 해법 “실제이든 아니면 허구이든 위기만이 실제로 변화를 이끌어 낸다.” 나오미 클라인의 <쇼크 독트린>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이론적 지주인 밀톤 프리드먼의 이 문장을 빌어 이야기를 시작한다. 전쟁, 쿠데타, 천재지변, 금융위기 등으로 사회가 충격을 겪으면 정부나 글로벌 자본이 이 틈을 타 소수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실현하는 일이 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2007년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식량 및 영양실조 위기에 대해서는 어떨까? 전 세계에서 10억 명의 사람들의 굶주림에 시달린다는 ‘사실’은 전례 없는 수준의 급박한 대응을 필요로 한다. 그러면 ‘어떤’ 대응이어야 할까? 이 질문은 급박한 위기에 대한 대응을 통해 새롭게 틀 지워질 세계 먹거리 체제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 지와 무관하지 않다.이와 관련해 2012년 G8 정상회담에서 주요 선진국이 내놓은 대응책을 보자. G8은 식량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식량영양 보안을 위한 신동맹 New Alliance for Food Security and Nutrition’ (이하 '신동맹')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45개 글로벌 및 지역 기업과 손잡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농업 발전을 위해 $30억 달러를 투자해, 최소 5천 만 명을 굶주림에서 구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이제껏 나온 식량위기 대응책 가운데서 가장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민간 부분 활용을 강조한 대응책이다.더욱이 이번 회의에서 2012년 연말로 종료되는 ‘라퀼라 식량안보 이니셔티브’ (2009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G8 회의에서 G8과 G20 10개국 정부가 향후 3년간 개도국의 식량안보를 위해 총 $220억을 지원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한 평가(원조 지원금액의 6%만 집행)나 기한 연장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도, G8 정부들이 ‘민간 기업’ 중심의 대응을 우선적으로 택했음을 뒷받침 한다.[사진]G8 '신동맹' 이니셔티브에 대한 Q&A를 싣고 있는 미국 정부 공식 홈페이지 (@@The U.S. Government's Global Hunger and Food Security Initiative) http://feedthefuture.gov/article/five-questions-about-new-alliance-food-security-and-nutrition'

하지만 '신동맹'에 참여하는 45개 기업의 목록을 안내하는 화면은 위와 같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다.
G8
의 '신동맹' 이니셔티브는 미국 정부가 주도했다. 오마바 대통령은 지난 2011년 세계경제포럼에서 '그로우 아프리카 Grow Africa’ 이름 아래 아프리카 식량문제에 대한 미국식 해법을 제시해 참석자들의 지지를 얻은 바 있다. 이 이니셔티브의 내용은 ‘Putting the New Vision for Agriculture into Action; A Transformation Is Happening’ 이란 제목의 리포트로 발표됐는데, 이 문서는 맥킨지 (McKinsey and Company)의 주도 아래, 시젠타 (Syngenta), 아처앤대니얼스 (ADM), 듀폰(DuPont), 몬산토 (Monsanto) 같은 다국적 농산복합체와 코라콜라, 네슬레, 월마트, 유니레버, 펩시코 등의 유통회사가 참여해 만들어졌다.(이들 기업 대부분은 G20 정상회의와 나란하게 열린 에 앞서 열린 B20 멕시코 비즈니스 서밋의 식량안보 분과 Task Force에도 똑같이 참여하고 있다.)이들 기업은 아프리카 식량위기를 둘러싼 해법으로 유전자변형농산물 (GMO)의 보급 확대, 다국적 농기업이 주도하는 농산물 유통체계의 확대, 시장을 중심으로 한 영양개선 사업의 확대 등을 꾸준하게 주장해 온 주체들이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국제개발 NGO 등을 통해서도 식량안보와 영양실조 개선을 위한 현장 사업을 후원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국제개발 NGO인 캐어(CARE)와 곡물 메이저 카길이 2008년부터 파트너십을 맺어오고 있는 것이나, 듀폰이 USAID의 에티오피아 사업 후원 기관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이 문서는 크게 식량안보, 경제성장, 지속가능한 발전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임을 밝히고, 이를 위해 농업 ‘생산성 개선’을 가장 큰 과제로 꼽는다. ‘소농과 더불어’란 레토릭을 넣긴 했지만, 그 내용을 보면 다국적 농기업의 역할 확대, 단위당 생산성이 높은 대규모 기업농의 확대 (소농을 기업농에 통합), 브라질과 아프리카에서의 농지 확대, 토지와 수자원 등에 대한 관리 강화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요컨데, 글로벌 기업의 주도로 아프리카에서 다시 한번 ‘농업혁명’을 만들어 보자는 것으로, 성과 측정의 기준이 ‘분배’적 정의가 아닌, ‘농촌 소득 증대’와 ‘세계적 수준에서의 식량 및 식품 생산량 증대’ 등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 그 방향성을 보여준다.한편 미국을 중심으로 G8 선진국들이 아프리카 식량 및 영양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내놓는 이 같은 해법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영국 국제 개발학 연구소(IDS)에서 소농을 중심으로 한 빈곤과 농촌 발전을 연구하는 Ian Scoones는 G8이 '신동맹'을 세계경제포럼의 연장선이자, 세계식량농업체제를 다시 한번 ‘워싱턴 프로세스’에 묶어 두려는 시도로 본다. 또 G8의 새 이니셔티브에 강력한 동의를 표한 아프리카 3개국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가나)은 수년 전부터 기업농이 중심이 되는 농업 자유화 정책을 기조로 삼은 나라들이며, 이들을 제외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정부의 목소리를 들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를 아프리카 대륙의 농업 발전 방향을 분열시키는 'Two-track Africa' 정책이라고 꼬집는다. 아프리카의 시민사회 단체와 소농민 연합은 G8의 대응책을 두고 아프리카의 소농이 왜 지금과 같은 위기에 처했는지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이유에 아무런 답을 내놓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농장이 중심이 된 생산증대 정책인 녹색혁명은 아프리카를 ‘비켜간’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실패’ 한 것인데, 이를 논의하지 않고 '제2의 녹색혁명'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업 중심의 신자유주의 농업 정책에서 누가 무엇을 얻고, 누가 무엇을 잃는지를 살펴야 함다고 주장하며, 무엇보다 농업정책의 가장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소농들의 목소리가 드러내야 한다고 말한다. 영국의 국제개발 NGO인 옥스팜 또한 ‘New Alliance for Food Security and Nutrition’에 대한 아프리카 지역 시민단체들의 우려를 전하며, 이와 같은 ‘위로부터의’ ‘기술지향적인’ 접근이 과거에 여러 차례 실패했음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민간 부분’을 통한 농업 투자 확대에 동의하는 것과 별도로, ‘어떤’ 민간 기업의 참여여야 하는지에 질문을 던진다.전 세계 곡물 유통의 70%를 장악한 독과점 농업복합체보다는 아프리카 지역의 중소규모 기업과 농민 협동조합이 주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한편 미국의 식량원조 개도국 현지에 전달하는 위탁 파트너로 활동해 온 국제개발 NGO들은 옥스팜과 비교하면 다소 온건한 목소리를 낸다. '신동맹' 이 식량 위기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환영하면서도,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실행방안을 마련하라는 논평이 주를 이룬다.이처럼 '식량 및 영양위기'에 대한 해법을 둘러싼 논쟁은 다급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대처를 다루는 것인 동시에, 소수 초국적 기업이 독점하는 세계 먹거리 체제냐 생태주의 소농이 근간이 되는 먹거리 체제냐, 토지와 수자원에 대한 소유와 사용권을 누구에게 둘 것이냐를 두고 벌이는 각축전이기도 하다. 위기 담론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관련 글]The New Alliance for Food Security and Nutrition: Nothing New About Ignoring Africa's FarmersLetter from African Civil Society Critical of Foreign Investment in African Agriculture at G8 Sum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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