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옹호하고 사회를 폭로하라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엄기호. 알라딘 인터뷰중에서. 좋은 글이다. 

최근 프랑스 학생들의 시위도 비슷한 이유에서 벌어진 거잖아요. 언론에서는 쥐 죽은 듯이 체제에 순응한다며 한국의 청춘들에게 각성을 요구하기도 했는데요.

저는 다르게 생각해요. 세계화는 프랑스 안에 케냐가 만들어지고, 케냐 안에 프랑스가 만들어지는 상황이거든요. 프리드먼은 좋은 의미에서 세계는 평평하다고 했지만, 반대의 의미에서도 세상은 정말 평평해졌어요. 그러니까 그들에게 그러한 것은 우리에게도 그러하고, 우리에게 이러한 것은 그들에게도 이러하거든요. 양쪽에서 똑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거예요.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서 프랑스 젊은이들, 프랑스 파업 등을 말하면서 프랑스를 낭만화하는 건 세계화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태도예요.

저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가 살펴봐야 해요. 프랑스는 고등학생들이 정치, 파업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나라예요. 우리는 그게 없는 나라고요. 책임을 아이들에게 떠넘기는 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왜 들고 일어나지 않는가를 가지고 우리 사회의 진실을 폭로해야 하는 거죠. 우리 사회가 그들을 어떻게 통치하고 있는지를 말이죠.

저는 사회과학과 좌파의 목적은 사회를 폭로하고 사람을 옹호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는 반대로 사회를 옹호하고 사람을 폭로하고 있거든요. 저는 이 부분이 진보와 좌파가 가장 보수적이고 우파적인 태도를 보이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데모를 하다가 도망쳤다, 이런 경우에도 그렇게 도망치게 만들 정도로 끔찍한 통치의 폭력성을 폭로해야지 그 사람을 비겁하다고 몰아세울 문제는 아니거든요.

프랑스 파업을 다루는 모습을 보면서 사회학자로서 굉장히 분개했어요. 한편으로는 프랑스라는 나라를 낭만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시민, 학생, 젊은이를 폭로하고 있거든요. 이러면서 무엇이 감추어지는가 하면 바로 한국사회의 폭력성이거든요. 그리고 동시에 프랑스 사회의 폭력성도 감추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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