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6 00:47

최빈국 농촌을 뒤흔드는 미국의 식량 원조 기후.농업.식량

미국은 세계 식량 원조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나라이자, 자국 농민에게 면적당 농업 보조금을 가장 많이 지급하는 나라다. 이 두 가지 팩트는 아프리카 최빈국들의 식량 사정에 긴밀한 영향을 미친다. 식량 원조가 많으면 좋은 것 같지만, 미국이 제공하는 식량 원조는 현물 원조다. 보조금을 지원받은 값싼 식량이 아프리카 등 현지의 농산물 시장에 대량으로 풀리면, 곡물가는 폭락하고, 지역의 소농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는다.

미국은 식량원조를 시작한 1940년대 이래 '미국에서 생산된 곡물'을 원조에 사용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때 식량원조에 쓰이는 곡물은 대게 농업 보조금 인센티브로 인해 과잉생산된 농산물이다. 미국 정부는 해외 원조 식량을 카길과 같은 곡물업체로터 구입하고, 미국 해운회사를 통해 아프리카까지 수송한 후에 현지의 국제 NGO를 통해 배분한다. 이 시스템을 두고 농기업과 운송회사, NGO가 이익으로 엮인 'Iron Triangle'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1)

첫번째 꼭지점은 곡물 업체다. 미국 농업 기업들은 미국 농무부의 농업지원청(FSA)이 주관하는 식량원조계획 입찰에 참여하는데, 미국 국내법은 식량 원조의 최소 75%에 해당하는 물품을 미국에서 생산된 농산물으로 구입, 가공해야 한다는 규정을 갖고 있다. 또 소수의 회사만이 입찰에 참여할 자격을 갖는데, 그 결과 2003년의 경우 카길과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 등 곡물 메이저가 미국 전체 식량 원조의 1/3을 처리했다.2)

두번째 꼭지점인 운송의 경우, 1954년에 개정된 '화물 우선법(Cargo Preference Act of 1954'에 따른다. 이 법은 해외식량 원조의 75%는 미국 국적선으로 운반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Food Aid Fifty Years: Recasting its Role' (2005)에 따르면 2000~2002년에 미국 식량 원조 프로그램 전체 비용의 약 50%가 운송 회사들에 지불됐다.3)

마지막 꼭지점은 NGO다. 1985년 농업법 발표 이후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 구호단체들은 미 정부가 제공하는 긴급 해외 식량 원조의 일정 부분을 할당받아 구호 대상국의 현지 시장에서 판매한다. 2005년 월드비젼 care를 비롯한 주요 NGO 8개가 전체의 4/5를 차지하며, 이 사업을 이끌었다. 이 사업을 통해 이들 단체가 받는 예신 지원은 전체 예산의 30%에 달했다. 

* 미국의 식량 원조 프로그램. 잉여 농산물을 현물 지원하는 PL480II가 근간을 이룬다. <표1>

* 2009년 미국의 식량 원조 지원 내용(일부). 잉여 농산물을 현물 제공하는 PL480II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편, 현지 식량 구매와 농업 개발 지원은 미미하다. <표2>
이같은 미국의 현물 식량 원조는 값싼 미국산 식량을 원조 대상국의 시장에서 판매함으로써 원조국의 농산물 시장을 뒤흔든다는 비판을 받는다. 농업 보조금에 값싸게 유통되는 식량이 현지에 대량으로 풀리면 지역의 곡물상이나 소농들이 미국의 값싼 식량과 경쟁하게 돼 피해를 본다. 씨앗과 비료, 농약 등을 외상으로 구입해서 농사를 지은 소농들은 헐값에 곡물을 넘기고 빚더미에 앉는 상황에 처하고, 끝내 농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한다.

이같은 미국의 잉여 농산물 제공 식량 원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우선, 미국의 항구에서 아프리카까지 식량을 수송하는 데 보통 3~개월이 걸려 긴급 원조 식량을 제공할 타이밍을 놓쳐 버리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잉여 농산물을 제공하는 대신 현지에서 식량을 구입하자는 대안이 힘을 얻는다. WFP(세계식량계획)의 'purchase for progress' 프로그램은 현금 원조의 유효성을 증명하는 사례다. WFP를 여러 나라에서 현금 기부를 받아 2001년부터 2005년에 아프리카의 케냐, 잠비아, 우간다 등에서 옥수수를 구입했다. 그 결과 미국에서 옥수수를 구입해 아프리카의 기근 발생 국가로 수송하는 것보다 75%나 더 많은 옥수수를 살 수 있었다. 또 아프리카 소농들이 생산한 식량을 구입해, 현지의 곡물 가격 변동을 하락을 막고 소득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4)

더불어 식량 원조와 더불어 농업 생산량을 늘리고, 농산물 유통 시장을 세우는 식의 농촌개발지원에 더 많은 원조액을 써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많은 국제 NGO들이 관개시설 등의 개선을 통한 생산량 증대 사업이나 농산물 가격 정보를 공유하는 시장 개발 사업등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은 지원 금액이 미미한 수준이다. 에티오피아의 경우 2003년 식량위기 때 식량(곡물 현물) 원조액이 5억 달러에 였던 반면, 같은해 농업개발원조는 그보다 100배 적은 액수인 5백만 달러에 그쳤다.

미국 정부의 식량원조 프로그램은 자국의 잉여 농산물의 수출, 자국 농산물의 가격 지지, 국외 농산물 시장 개척을 기초에 두고 만들어진 것인 만큼, 미국 농업법(Farm Bill)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프리카 나라들을 비롯한 최빈국의 식량 사정이 나아지지 위해서는 식량 원조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미국의 변화가 중요하다. 미국의 식량원조가 현물에서 현금중심으로, 식량지원에서 농업개발 중심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미국 농업법의 '농업 보조금' 지급액부터 줄어야 한다.

하지만 2008년 개정되어 2012년까지 적용되는 미국 농업법은 이런 방향에 역행한다. 미국 의회가 바이오 에너지 개발 등을 구실로 내세우며 농업 부분의 보조금을 증가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미국내 농업 이익 집단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Reference :
1) 95page, < Enough: why the world's poorest starve in an age of plenty>, Roger Thurow, Scott Kilman, PublicAffairs, 2009
2) 계간 <시대정신>, '논고 ; 아프리카 왜 굶주리나', 최준석 조선일보 국제전문기자, 2008년 겨울호
3) 위의 기사. 
4) 위의 기사.
표1) 표2)  '글로벌 식량위기 해결을 위한 KOICA 지원방안' 이정훈, 고영곤, 이명수, 김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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