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8 22:09

책 샀다 책_읽고 쓰고

기운 내자는 뜻에서, 책 질렀다.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안도 다다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안그라픽스)
살림지식총서로 나온 <안도 다다오 : 건축의 누드작가>를 재밌게 읽었다. 솔직히 그의 건축을 보고 느낀 감흥보다, 그의 글이 주는 정결한 에너지에서 얻은 감동이 내게는 더 깊었다고;;

언젠가 전 동료와 왜 건축하는 사람들이 글을 잘 쓰는지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음악가와 건축가를 비교하면서, 건물을 설계하는 일 자체에 (음악에는 없는)어떤 언어적인 특성, 사고 과정이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추측했었다. 그건 뭐, 내가 '진짜' 건축가가 되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이라 증명 포기;; 대신 안도 다다오의 건축이나 글이 보여주는 세계 - 이를 테면, 간소한 생활과 집중에서 오는 의식의 고양, 정신의 명쾌함 -를 엿보는 것으로 족하련다.

말빨 끝내주는 안도 다다오의 어록 가운데 내가 좋아라 하는 것은 엉뚱하게도...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살아가기는 싫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이제 일을 그만두고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자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검은 이불을 덮고 검은 옷을 입고 스케치북을 가지고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살고 싶다."하는 것. 이 조용한 선언이, 끌려가듯 일하기 싫어서 죽겠던 나를 얼마나 깊이 위로했는지, 어떤 용기를 줬는지 기억하고 있다. 누을 때 눕고, 숨을 때 숨더라도 '검은 이불'을 골라주는 센스는 또 어떻고.

여담으로, 저 표지의 지은이 얼굴은... <장루이민의 하이얼>을 생각나게 한다. '중국의 1등 기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하는 부제를 달고 나와서, 출간 당시에 언론의 주목을 꽤 받은 책이었는데, 지독하게 안 팔렸다. 이 책 담당자가 책을 뚫어져라 보더니, "결국 얼굴이 문제네요."라고 했었다능. 저 위의 책의 안도 다다오도 장루이민에 전혀 꿀리지 않는다. 저 포스 봐라... 어디서 눈을 똑바로...




파괴의 씨앗 GMO (윌리엄 엥달 지음, 김홍옥 옮김 / 길). <석유 지정학이 파헤친 20세기 세계사의 진실>을 쓴 윌리엠 엥달의 책이다. 이 아저씨는 '드러나지 않는 지배체제'를 얘기하면서도, 팩트가 탄탄하게 받쳐주는 글을 쓴다. 저널리스트의 통찰력과 긴장감과 학자의 지적 성실함을 두루 갖춘, 일단 읽으면 입 벌어지게 만드는 작가다.

부제가 '미국 식량제국주의의 역사와 실체'인데, 부제의 느낌으로 제목을 뽑았으면 더 좋았겠다('GMO'를 제목에 붙이는 순간 판매량 떨어지는 건 경험적 사실. 게다가 검색하기도 어렵다). 이 책의 어필 포인트는 식품안전성이나 유전자조작식품 그 자체가 아니라, '미국이 (GMO를 통해)세계의 식량공급을 통제하는 방식'(혹은 석유로 세계를 지배하듯, 식량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방식)에 있으니 말이다.

어쨌튼 무척 기대되는 책이다. GMO 애글리비즈니스의 세계를 제대로 보여준 책이 없었다. 이제까지 나온 책은 대부분 너무 순진했거나, 안이했다.

몬산토 -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 (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 이선혜 옮김 / 이레)
초국적 농기업에 대해서는 책을 읽는 것보다 기사를 서칭하는 것이 낫다. 당해보고 내린 결론이다. 그러다보니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단편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이 성기게 흩어져있는 내용 등을 충실하게 엮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카길'의 실체를 파헤치려 시도하다가 정리되지 않은 디테일만 늘어놓음으로써, 카길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얻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몸소 보여준 책, <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를 읽던 피로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초국적 농기업에 위협받고 GMO 노출된 밥상보다 읽기만 하면 잠부터 오는 책이 더 무서웠다.

이 책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GMO의 제3세계 공격'에 관한 내용들이다. 멕시코에서의 식물다양성 파괴, 아르헨티나에서의 토지의 불모화, 브라질과 파라과이의 대두 산업, 인도 농민의 죽음을 부르는 면화 산업의 현재를 차분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근데 이 책,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10만부나 팔렸단다. 아이 부러워라. 이런 책을 읽는 독자가 10만명이나 있으니, GMO 농산물 수입 안 하겠다는 소리도 하는 거 아닌가. 바람이라면, 한국에 이런 책 읽는 독자가 1만명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24,000원 주고 책 사지 않아도 된다.


덧글

  • 2009/11/19 13:2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cklist 2009/11/19 19:43 #

    막연하게 그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데... 짐작할 뿐이죠^^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진짜 뭐가 있는지 함 찾아보겠슴다~
  • 2009/11/19 22:2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cklist 2009/11/20 16:22 #

    네에, '소통을 염두해두고'라고 쓰신 걸, 여러 번 읽게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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