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생활협동조합들이 제3세계 농민들의 생산물품을 직거래하는 데서 출발한 공정무역의 폭을 금융사업으로 넓혀가고 있다. 한국의 두레생협연합회(회장 김영주)와 일본 생협운동단체, 3세계 국가의 생산자단체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호혜를 위한 아시아 민중기금’(이하 아시아 민중기금)이 3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쳐 9일 오전 서울 강남의 삼정호텔에서 창립총회를 열었다.
아시아 민중기금 창립준비위원장인 후지타 가즈요시(62·사진)는 “공정무역을 통해 30년 넘게 교류하면서 3세계 농민들이 기아로부터 벗어나려면 물품 교역이나 원조 만이 아니라 자립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기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기금은 필리핀 동티모르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남·서부 지역의 농민단체나 비영리단체(NPO)의 자립을 돕기 위한 소규모 금융상품으로, 일본과 한국의 소비자들이 공정무역을 통해 얻는 수익금을 일부 적립해 조성한다.
<<< 아시아 민중기금 창립준비위원장, 후지타 가즈요시 인터뷰>>
한국 방문이 처음인가? 한국에 대한 느낌을 말씀해달라.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지금까지 여러 번 방문했다. 내가 주로 먹을거리, 농업과 관련한 일을 해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본다. 야채가 신선하고 음식이 맛있다.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그런 점에서 한국이 좋다.
일본 ‘대지를 지키는 모임’ 대표이신데,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대지를 지키는 모임은 주식회사와 생협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두 가지 활동을 동시에 한다. 주식회사로 1차 산업인 농업과 축산업을 지키기 위한 활동과 소비자들인 회원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집 앞까지 유통해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주식회사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주식회사나 대기업의 틀과는 좀 다르다. 우리는 농민과 소비자 2만1천여명이 조금씩 돈을 모아 만들었다. 또 엔지오운동을 하는데, 원자력 반대운동, 유전자 조작 반대운동, 지구 온난화 반대운동 등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시민운동과 생협운동이 서로 결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떻게 그런 형태의 운동이 가능하게 된 것인가?
=일본 생협은 주식회사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환경과 농업을 지키는 일을 열심히 하는 생협이 대부분이다. 70년대 후반부터 생협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는데, 생협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원자력 반대운동 등 환경운동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주식회사라는 것을 택해 민중들을 가입시키고 자유롭게 환경운동 등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주식회사와 엔지오 운동이 결합한 형태의 조직이 많은가?
=그런 성격의 조직은 많다. 그러나 사업적으로 운동적으로 성공한 단체는 그다지 많지 않다. 우리 모임이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연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우리 모임은 ‘일본 농업을 지키자’는 취지로 시작했기 때문에 취급하는 농산물 97%는 국산이다. 그러나 바나나, 커피, 새우, 향신료 등 일본에서 자급할 수 없는 농산물 3%는 어쩔 수 없이 외국에서 수입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왔는데, 자연스럽게 국제교류와 연대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국제교류를 시작한 것이 1993년부터였다.
민중기금의 설립준비위원장을 맡게 되었는데, 개인적인 이유가 있나?
=개인적인 이유보다는 지금까지 대지를 지키는 모임이 일본안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많이 했다. 푸드마일리지, 캔들라이트 운동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우리 모임이 선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인정해 민중기금의 준비위원장을 맡긴 것 같다. 또 다른 측면에선 민중기금에 참여하는 일본단체 대부분이 생협인데, 생협 내부에서 뽑으면 갈등이 생길 수 있으니 생협과 주식회사의 대표가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호혜로 하나 되는 아시아민중기금’이 무엇인가?
=일단 방글라데시아의 빈곤 퇴치를 위해 설립한 그라민은행이나 소액대출인 마이크로파이낸스 등의 성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등 아시아 남쪽 지방의 농민단체나 비영리단체(NPO)의 자립을 위한 소규모 기금을 말한다. 아시아 북쪽지방(일본, 한국)의 잘 사는 소비자들이 공정무역으로 바나나, 새우 등을 사먹으면서 일정한 돈을 적립해 조성한다. 예를들면 3000원짜리 설탕을 사면 100원씩 민중기금으로 적립하는 식이다.
바나나, 커피, 새우 등 모든 민중교역 상품에 민중기금이 적립되나?
=아니다. 일본에서는 바나나와 새우만 적립한다. 점차 상품을 확대하려고 한다.
일본 소비자들은 민중기금 적립에 거부감이 없나? 거부감을 가지는 소비자들을 어떻게 설득하나?
=찬성과 반대가 분명이 있다. (민중기금 적립에) 참여하는 생협에 따라 대응방안도 틀리다. 우리 모임은 민중기금의 취지를 설명하고, 우리가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지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상품에도 붙여서 판매한다. 소비자들은 민중기금 취지에 찬성하면 바나나나 새우를 사고, 그렇지 않으면 구입을 하지 않는다. 일부 생협에서는 동일한 상품이더라도 민중기금을 적립하는 상품과 그렇치 않는 상품을 구분해 판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것이 소비자의 의사표현을 좀 더 확실히 보장한다는 것이다. 생협별로 스스로 판단해 민중기금 적립 방식을 정하고 있다.
기금 조성 말고, 다른 교류 방안은 없었나? 왜 하필 기금을 만들 생각을 한 것인가?
=남쪽 아시아의 사정을 보면 바나나, 커피는 주곡이 아니라 환금작물이다. 주곡은 쌀인데, 바나나와 커피를 재배해 시장에 내다팔아 쌀을 구입한다. 우리가 처음 국제교류를 시작하면서 민중교역을 해 더 비싸게, 더 많이 사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해마다 교역량은 느는데도) 그곳의 아이들은 영양실조와 기아에 허덕이고, 가난으로 가족들이 죽어나가는 일이 해결되지 않았다. 그곳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절실히 고민했다. 중요한 것은 교역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를 키우고, 벼를 키우는 기술을 가르쳐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기금이고, 기금 조성을 통해 사람간의 교류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민중기금을 조성하게 되었다. 민중기금을 통해 남쪽 사람들만 자립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들(북쪽)도 자연과 환경의 재앙으로부터 자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더 비싸게, 더 많이 사오는 것이 공정무역의 목표가 아니다.
어떻게 남쪽의 자립이 북쪽의 자립에 기여할 수 있나?
=남쪽의 자원을 가져와서 북이 잘 살게 된 것 아닌가? 우리가 남쪽의 자연을 계속 착취하면 문제는 더 커진다. 산림의 파괴나 환경의 파괴 같은 문제를 치유하려면 남쪽이 자립해야 하고, 북쪽도 그런 재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것이 북쪽 자립에 기여하는 것이다. 호혜에 입각한 상호기여 외에도 민중기금을 조성한 또 한가지 이유는 정부나 대기업이 할 수 없는 것을 민중교류를 통해 실현해보자는 취지도 있었다. 정부와 대기업이 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일이 지구상에 존재한다. 민중 내부와 교육과 교류를 통해 평화와 환경에 대한 긍정적인 공언을 해보자는 목적도 있다.
아시아민중기금이 펀드나 자본주의적인 금융상품과는 어떻게 다른가?
=남쪽의 나라나 은행은 그 나라 국민의 자립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엔지오나 농민단체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돈을 빌려주더라도 금리가 아주 높다. 우리는 농민과 엔지오에게 필요한 적은 돈을 싼 이자로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남쪽의 농민들은 민중기금을 빌려 농산물 가공공장을 짓고, 양계장을 지어 자립기반을 만든다. 그러면 상품의 질은 더 좋아질 것이고, 수익은 더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번 돈으로 마을공동체 교육에 투입하고, 또 다른 생산기반을 확충하는데 쓴다. 공동체가 자립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아직은 장밋빛 꿈 같다.
전 세계적으로 아시아민중기금과 같은 기금 조성의 사례가 있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라민은행이나 마이크로파이낸스 같은 형태는 이미 여러 곳에서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보자면 민중기금이 전혀 새로운 형태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생산자와 소비자단체가 민중교역, 공정무역, 상호교류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기금을 운영한다. 또 돈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립할 수 있는 기술, 설비를 지원한다. 돈만 빌려주는 펀드나 파이낸스 사업과는 전혀 다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민중기금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형태다.
앞으로 펀드조성 계획은? 첫 융자는 언제 쯤 이뤄지나?
=일단 단기 목표로 2012년까지 12억원 이상을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5개국 9개 단체에서 융자를 신청해 심사를 거쳐 내년 2~3월이면 첫 민중기금 대여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어떤 단체에 어떤 심사를 거쳐 지원하게 되나?
=계획서 내용이 잘 되어 있어야 한다. 얼마나 진실한지, 돈을 갚을 계획은 얼마나 명확한지 등이 중요한 심사기준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류를 통해 다진 신뢰가 커 그리 엄격한 기준은 아닐 것이다.
대출을 신청한 단체를 소개하면?
=팔레스타인 농민 엔지오 단체에서는 올리브유 가공공장과 창고 건립 자금을 요청했고, 인도네시아 어민단체는 새우 양식장의 냉장고 시설 설치 자금을 요청했다. 그밖에도 동티모르 양식장 건립, 파푸아 뉴기니의 카카오 공장 설립 등이 있다.
앞으로 계획은?
=이제 겨우 창립총회를 했다. 탄탄한 미래의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다. 우선 참여하는 소비자 수를 더 늘려야 한다. 현재 일본을 중심으로 180만세대가 민중기금에 참여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두레생협이 참여하고, 다른 생협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 조만간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두 번째로 참여 국가를 더 늘리고 싶다. 베트남, 태국, 몽골, 중국 등 친구와 같은 나라들이 민중기금에 참여하게 하고, 민중기금과 같은 형태를 만들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국에서 먹거리 안전성과 식량자급률을 걱정하는 소비자가 점점 늘고 있다고 들었다. 현재 환경문제, 식량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전지구적인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다른 나라 소비자들과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일본 소비자와 자주 만나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노력을 하면 좋겠다. 한국 소비자들이 국제적 연대를 통해 지구적 위기를 해결하려는 용감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
정리=한겨레 박종찬 기자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81091.html
아시아 민중기금 창립준비위원장인 후지타 가즈요시(62·사진)는 “공정무역을 통해 30년 넘게 교류하면서 3세계 농민들이 기아로부터 벗어나려면 물품 교역이나 원조 만이 아니라 자립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기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기금은 필리핀 동티모르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남·서부 지역의 농민단체나 비영리단체(NPO)의 자립을 돕기 위한 소규모 금융상품으로, 일본과 한국의 소비자들이 공정무역을 통해 얻는 수익금을 일부 적립해 조성한다.
<<< 아시아 민중기금 창립준비위원장, 후지타 가즈요시 인터뷰>>
한국 방문이 처음인가? 한국에 대한 느낌을 말씀해달라.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지금까지 여러 번 방문했다. 내가 주로 먹을거리, 농업과 관련한 일을 해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본다. 야채가 신선하고 음식이 맛있다.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그런 점에서 한국이 좋다.
일본 ‘대지를 지키는 모임’ 대표이신데,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대지를 지키는 모임은 주식회사와 생협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두 가지 활동을 동시에 한다. 주식회사로 1차 산업인 농업과 축산업을 지키기 위한 활동과 소비자들인 회원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집 앞까지 유통해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주식회사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주식회사나 대기업의 틀과는 좀 다르다. 우리는 농민과 소비자 2만1천여명이 조금씩 돈을 모아 만들었다. 또 엔지오운동을 하는데, 원자력 반대운동, 유전자 조작 반대운동, 지구 온난화 반대운동 등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시민운동과 생협운동이 서로 결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떻게 그런 형태의 운동이 가능하게 된 것인가?
=일본 생협은 주식회사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환경과 농업을 지키는 일을 열심히 하는 생협이 대부분이다. 70년대 후반부터 생협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는데, 생협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원자력 반대운동 등 환경운동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주식회사라는 것을 택해 민중들을 가입시키고 자유롭게 환경운동 등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주식회사와 엔지오 운동이 결합한 형태의 조직이 많은가?
=그런 성격의 조직은 많다. 그러나 사업적으로 운동적으로 성공한 단체는 그다지 많지 않다. 우리 모임이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연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우리 모임은 ‘일본 농업을 지키자’는 취지로 시작했기 때문에 취급하는 농산물 97%는 국산이다. 그러나 바나나, 커피, 새우, 향신료 등 일본에서 자급할 수 없는 농산물 3%는 어쩔 수 없이 외국에서 수입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왔는데, 자연스럽게 국제교류와 연대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국제교류를 시작한 것이 1993년부터였다.
민중기금의 설립준비위원장을 맡게 되었는데, 개인적인 이유가 있나?
=개인적인 이유보다는 지금까지 대지를 지키는 모임이 일본안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많이 했다. 푸드마일리지, 캔들라이트 운동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우리 모임이 선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인정해 민중기금의 준비위원장을 맡긴 것 같다. 또 다른 측면에선 민중기금에 참여하는 일본단체 대부분이 생협인데, 생협 내부에서 뽑으면 갈등이 생길 수 있으니 생협과 주식회사의 대표가 타당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호혜로 하나 되는 아시아민중기금’이 무엇인가?
=일단 방글라데시아의 빈곤 퇴치를 위해 설립한 그라민은행이나 소액대출인 마이크로파이낸스 등의 성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등 아시아 남쪽 지방의 농민단체나 비영리단체(NPO)의 자립을 위한 소규모 기금을 말한다. 아시아 북쪽지방(일본, 한국)의 잘 사는 소비자들이 공정무역으로 바나나, 새우 등을 사먹으면서 일정한 돈을 적립해 조성한다. 예를들면 3000원짜리 설탕을 사면 100원씩 민중기금으로 적립하는 식이다.
바나나, 커피, 새우 등 모든 민중교역 상품에 민중기금이 적립되나?
=아니다. 일본에서는 바나나와 새우만 적립한다. 점차 상품을 확대하려고 한다.
일본 소비자들은 민중기금 적립에 거부감이 없나? 거부감을 가지는 소비자들을 어떻게 설득하나?
=찬성과 반대가 분명이 있다. (민중기금 적립에) 참여하는 생협에 따라 대응방안도 틀리다. 우리 모임은 민중기금의 취지를 설명하고, 우리가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지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상품에도 붙여서 판매한다. 소비자들은 민중기금 취지에 찬성하면 바나나나 새우를 사고, 그렇지 않으면 구입을 하지 않는다. 일부 생협에서는 동일한 상품이더라도 민중기금을 적립하는 상품과 그렇치 않는 상품을 구분해 판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것이 소비자의 의사표현을 좀 더 확실히 보장한다는 것이다. 생협별로 스스로 판단해 민중기금 적립 방식을 정하고 있다.
기금 조성 말고, 다른 교류 방안은 없었나? 왜 하필 기금을 만들 생각을 한 것인가?
=남쪽 아시아의 사정을 보면 바나나, 커피는 주곡이 아니라 환금작물이다. 주곡은 쌀인데, 바나나와 커피를 재배해 시장에 내다팔아 쌀을 구입한다. 우리가 처음 국제교류를 시작하면서 민중교역을 해 더 비싸게, 더 많이 사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해마다 교역량은 느는데도) 그곳의 아이들은 영양실조와 기아에 허덕이고, 가난으로 가족들이 죽어나가는 일이 해결되지 않았다. 그곳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절실히 고민했다. 중요한 것은 교역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를 키우고, 벼를 키우는 기술을 가르쳐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기금이고, 기금 조성을 통해 사람간의 교류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민중기금을 조성하게 되었다. 민중기금을 통해 남쪽 사람들만 자립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들(북쪽)도 자연과 환경의 재앙으로부터 자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더 비싸게, 더 많이 사오는 것이 공정무역의 목표가 아니다.
어떻게 남쪽의 자립이 북쪽의 자립에 기여할 수 있나?
=남쪽의 자원을 가져와서 북이 잘 살게 된 것 아닌가? 우리가 남쪽의 자연을 계속 착취하면 문제는 더 커진다. 산림의 파괴나 환경의 파괴 같은 문제를 치유하려면 남쪽이 자립해야 하고, 북쪽도 그런 재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것이 북쪽 자립에 기여하는 것이다. 호혜에 입각한 상호기여 외에도 민중기금을 조성한 또 한가지 이유는 정부나 대기업이 할 수 없는 것을 민중교류를 통해 실현해보자는 취지도 있었다. 정부와 대기업이 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일이 지구상에 존재한다. 민중 내부와 교육과 교류를 통해 평화와 환경에 대한 긍정적인 공언을 해보자는 목적도 있다.
아시아민중기금이 펀드나 자본주의적인 금융상품과는 어떻게 다른가?
=남쪽의 나라나 은행은 그 나라 국민의 자립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엔지오나 농민단체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돈을 빌려주더라도 금리가 아주 높다. 우리는 농민과 엔지오에게 필요한 적은 돈을 싼 이자로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남쪽의 농민들은 민중기금을 빌려 농산물 가공공장을 짓고, 양계장을 지어 자립기반을 만든다. 그러면 상품의 질은 더 좋아질 것이고, 수익은 더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번 돈으로 마을공동체 교육에 투입하고, 또 다른 생산기반을 확충하는데 쓴다. 공동체가 자립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아직은 장밋빛 꿈 같다.
전 세계적으로 아시아민중기금과 같은 기금 조성의 사례가 있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라민은행이나 마이크로파이낸스 같은 형태는 이미 여러 곳에서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보자면 민중기금이 전혀 새로운 형태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생산자와 소비자단체가 민중교역, 공정무역, 상호교류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기금을 운영한다. 또 돈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립할 수 있는 기술, 설비를 지원한다. 돈만 빌려주는 펀드나 파이낸스 사업과는 전혀 다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민중기금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형태다.
앞으로 펀드조성 계획은? 첫 융자는 언제 쯤 이뤄지나?
=일단 단기 목표로 2012년까지 12억원 이상을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5개국 9개 단체에서 융자를 신청해 심사를 거쳐 내년 2~3월이면 첫 민중기금 대여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어떤 단체에 어떤 심사를 거쳐 지원하게 되나?
=계획서 내용이 잘 되어 있어야 한다. 얼마나 진실한지, 돈을 갚을 계획은 얼마나 명확한지 등이 중요한 심사기준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류를 통해 다진 신뢰가 커 그리 엄격한 기준은 아닐 것이다.
대출을 신청한 단체를 소개하면?
=팔레스타인 농민 엔지오 단체에서는 올리브유 가공공장과 창고 건립 자금을 요청했고, 인도네시아 어민단체는 새우 양식장의 냉장고 시설 설치 자금을 요청했다. 그밖에도 동티모르 양식장 건립, 파푸아 뉴기니의 카카오 공장 설립 등이 있다.
앞으로 계획은?
=이제 겨우 창립총회를 했다. 탄탄한 미래의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다. 우선 참여하는 소비자 수를 더 늘려야 한다. 현재 일본을 중심으로 180만세대가 민중기금에 참여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두레생협이 참여하고, 다른 생협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 조만간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두 번째로 참여 국가를 더 늘리고 싶다. 베트남, 태국, 몽골, 중국 등 친구와 같은 나라들이 민중기금에 참여하게 하고, 민중기금과 같은 형태를 만들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국에서 먹거리 안전성과 식량자급률을 걱정하는 소비자가 점점 늘고 있다고 들었다. 현재 환경문제, 식량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전지구적인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다른 나라 소비자들과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일본 소비자와 자주 만나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노력을 하면 좋겠다. 한국 소비자들이 국제적 연대를 통해 지구적 위기를 해결하려는 용감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
정리=한겨레 박종찬 기자
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810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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