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번역 출간된 책 <블루 스웨터>의 지은이 재클린 노보그라츠는 국제개발과 비지니스의 세계에 다리를 놓는 사람이다. 그는 물과 식량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28억 명의 사람들은 구제 대상이 아니라 '소비자'로 바라본다. 어떻게 이들에게 깨끗한 물,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모기장, 적절한 농사 기술, 주택과 같은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을까?재클린 노보그라츠는 단순한 자선사업과 영리만을 추구하는 기업의 중간에서 그 길을 찾는다. 그는 대학 졸업후 뉴욕의 은행에서 일하다가 스물 다섯에 아프리카로 건너갔다. 그리고 르완다에서 아프리카 최초의 소액대출 은행인 '두테렘베레'를 설립하고, 자선기금에만 의존하던 미혼모들을 모아 지속적인 수익을 내는 기업 '블루 베이커리'를 세우며 10여 년을 보낸 끝에, 아프리카는 구원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는 뉴욕으로 돌아와 어큐먼펀드 (Acumen Fund)를 만들었다. 이 비영리 기구는 자선기금을 모아서, 빈곤 퇴치를 위해 애쓰는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투자하고 경영을 돕는다. 이 기업가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적정한 가격에 제공한다. 자선이 아닌 사업의 형식을 빌린 것인데, 빈곤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장 지향적인 접근법을 활용하는 것이 대단한 힘을 지녔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어큐먼펀드의 운용 실적은 분기별 재정보고서가 아니라 세상에 미친 영향력의 정도에 의해 평가되는데, 이 잣대로 보자면 이들의 투자가 만들어낸 이득은 상당히 크다. 이들은 세류관개시설을 소규모 농민 27만 5,000명에게 판매한 농사설비 설계자를 지원했고, 결과적으로 농민들은 이 시설 덕분에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렸다. 또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 퇴치용 모기장을 제조하는 기업에 투자했는데, 이 회사는 1,600만 장의 모기장을 생산해서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하고, 숙련도가 낮은 여성 노동자 7,000 명을 고용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별 것 아닌 성과처럼 보일수 있지만, 이는 수많은 국제개발 기구들이 오래도록 해내지 못한 일이다. [The White Man's Burden]이 던진 질문을 보자. 부자 나라에서는 수만 명의 어린이들이 인터넷으로 예약 주문한 <해리 포터>시리즈를 출간 하루만에 집에서 편히 받아 보는데, 가난한 나라에서는 수만 명의 어린이들이 25센트 짜리 처방약을 구하지 못해 목숨을 잃는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저명한 학자들이 포진한 국제기구가 없어서도 아니고, 구호를 위해 투입된 비용이 적어서도 아니다. 지난 5년간 23조 달러가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을 구하는 데 씌여졌는데, 이 돈은 위생이 취약한 지역의 임산부들에게 4달러 짜리 모기장을 전해주지도, 아이들에게 25센트 짜리 말라리아 예방약을 전해주지도 못했다. 빈곤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 아니라,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의 비효율성 때문에 사람들이 죽는 것이다.
[The White Man's Burden]은 이를 '플래너의 실패Planner's Failure, 서처의 성공Searchers's Success' 으로 해석한다. 플래너는 무엇을 공급할지 미리 결정하지만, 서처는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귀기울인다. 플래너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전 세계적 규모의 청사진을 그리지만, 서처는 지역적 해결책 을 찾는다. 플래너는 꼭대기에 앉은 체 바닥의 사람들을 보지 못하지만, 서처는 바닥에서 벌어지는 일의 한가운데에 있다. 플래너는 외부의 지식으로 문제를 풀려하지만, 서처는 내부를 들여다본다. 플래너는 실패해도 그만이지만 서처는 실패하면 죽고, 플래너는 성공으로 명성을 얻지만 서처는 성공으로 삶을 얻는다. 둘의 인센티브가 다르다.
"이 책은 오늘날 사람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이 복잡한 문제들이고 또 가끔 그것들에 못지않게 복잡한 해결책을 요구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단순한 진실들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p16)
<블루스웨터>의 서문에 담긴 말이다. 이 말에 크게 공감하며 "복잡한 문제에 대한 단순한 진실"이란 말을 새겨둔다. 이것이 Searchers의 방식이다.
(1) 문제의 복잡성을 인정할 것 (2) 그에 주눅들지 말고 단순한 진실을 찾을 것 (3) 그 진실은 단지 가난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적용되는 보편적 진실임을 기억할 것 (4) 기왕에 복잡한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드는 일을 거들며 밥벌이를 하지 말것 등등.
<블루스웨터>와 재클린 노보그라츠, 어큐먼펀드와 국제개발에 대한 시장지향적 접근은 이른바 '자본주의와 시장의 승리'에 대한 뻔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중요한 변화를 충분히' 만드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고, 빈곤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에 자본주의가 제공하는 긍정적 기회들이 동등하게 주어져야 원칙에 대한 이야기이다. 만약 세상에 지식을 가진 사람들과 자본을 가진 사람들, 행동할 힘을 가진 사람들이 이 과제에 집중해 함께 변화를 일으키길 바란다면, 나는 이들에게 무엇을 해보자고 제안할 수 있을까. 내가 적어도 그 답을 찾으려고 애쓰는 사람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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