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해적질 중단과 전통지식 보호 국제개발 Insight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
조지프 E. 스티글리츠 지음, 홍민경 옮김 / 21세기북스(북이십일)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적재산권제도의 불공정성은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에 근거한 전통적인 약재 및 의약품을 이용한 치료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개발도상국들은 외국 기업들이 자신들의 전통지식과 자생식물을 아무런 보상 없이, 마치 해적질하듯 약탈해 간다고 생각한다. '생물해적질Bio-Piracy'이란 말은 여기서 유래되었다.

개발도상국들은 TRIPs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 협정,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ty Rights)가 자신들의 지적재삭권을 전혀 지켜주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지적재산권 규정은 미국과 유럽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개발도상국의 지적재산권을 약탈해갈 수 있는 라이선스를 부여한 뒤에, 개발도상국에게 이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전통약재는 세계적으로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오랫동안 사용되어왔다. 민간 요법은 효험을 발휘하고 있다. 전세계(특히 열대지방에 위치한 국가) 식물군에 잠재적 치료약이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인식한 결과, 현대의학의 연구개발 분야 중 하나로 이들 치료성분을 추출하고, 상품화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제약회사들은 잠재수익을 눈치채고, 오래된 전통문화를 통해 발견되었던 것을 '재발견'하며 뒤따르는 중이다.

개발도상국의 풍부한 생물학적 다양성으로부터 이익을 거두고 있는 제약회사들에 대해 개발도상국은 자신들이 숲을 보존한 데 대해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약회사들은 자신들이 차지할 보상의 중요성은 강조하면서도, 타인에 대한 보상에는 인색하다. 1992년 6월, 리우에서 개최된 UN 환경개발회의에서 체결된 생물다양성보존협약에서 구상권이 인정되었지만, 제약회사의 영향으로 미국은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이는 몇 년 사이 미국이 부여한 4천여 건의 식물관련 특허의 절반이 개발도상국에서 획득한 전통지식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생물해적질의 가장 악명 높은 사례 중 하나는 치료 목적의 심황을 특허출원하려던 경우였다. 심황은 남아시아에서 사용되는 향신료 겸 약재로, 치료용 특성은 심황이 발견된 국가에서는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1993년 12월, 심황을 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특허권을 부여했다. (이 특허권은 결국 비싼 배상금을 물지도 않은 채 취소되었다)

영향을 받은 것은 의약품만이 아니었다. 바스마티Basmati 쌀은 수백년, 어쩌면 수천 년간 인도 사람들의 주식이었다. 그러나 1997년 라이스택RiceTec이라는 미국회사가 바스마티 쌀에 대해 특허를 받았다. 인도는 분개했다. 맞서 싸울 근거로 확실했다. 그리고 결국 승소했다. 그러나 이보다 작고 가난한 나라는 맞서 싸울 수도 없다.

이렇게 특허가 부여된느 것을 변호하는 사람들은 개발도사국이 발견한 사실을 전혀 공표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며, 만일 이러한 사실을 발표한다면 법원도 기존 지식을 충분히 존중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허를 부여하는 데 사용되어온 참신함의 기준은 때로, 특정 식물이 내포한 의학적 특성이 안데스 토착민들에게 잘 알려진 것이냐가 아니라, 미국내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냐에 좌우되는 셈이다. 따라서 토착민들이 이러한 사실을 자신들의 언어로 출판했을 경우(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을 굳이 출판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특허는 여전히 유지될 수 있다는 기막힌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개발도상국이 왜 선진국의 관행에 순응해야만 하는가?

미국은 이러한 쟁점사항에 대해 EU보다 더 극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화장품, 의약품, 방충제로 인식되어 온, 인도의 멀구슬나무 기름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고 생각해보라. 실제로 1990년대, 유럽과 미국 모두에서 이 나무기름에 대해 특허가 부여되었다. 2000년까지 유럽에서만 90여 건의 특허가 부여되었으며, 2005년 5월 유럽 특허 중 일부가 취소되었다. 이는 멀구슬나무 기름의 특성이 전통지식의 일부라는 점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한 인도 기업이 25년 이상 방충용으로 멀구술나무 기름 추출물을 생산해왔다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3년까지 20여 건의 특허가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유럽이 일부 특허를 취소하기는 했지만, 미국은 이 아이디어가 이전에 한 번도 특허를 받거나 공식 발표된 적이 없다는 이유로 최소를 거부하고 있다.

우리는 이 분야에 대한 개발도상국의 '경쟁우위'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개발도상국은 식물을 의료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참고할 수 있는 지식을 축적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열대우림은 제약회사들이 생명유지에 필요한 약을 추출해 낼 수 있는 식물군이 풍부한 곳이다. 하지만 TRIPs는 우림을 보존해온 개발도상국에게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우려 사항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두 가지 개혁방안을 소개한다. (1) 전통 지식을 인지하고 생물해적질을 금하는 국제협약이 마련되어야 한다. (2)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모든 국가들은 생물다양성보존협약에 서명해야 한다. 이에는 못 미치더라도, 이 협약에 포함된 생물다양성 재산권에 대한 보장이 TRIPs같은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협약에 포함되어야 한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 21세기북스, 233~236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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