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동안 두문불출하고 영어 원서 두어 권을 읽었다. 순전히 재미로 읽는 책들이다. 영어로 쓴 책을 읽을 때는 아무래도 더 집중을 하게 되니까, 머릿 속이 말끔해진다. 한번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면 그 다음부터 모르는 단어는 그냥 모르는 단어요, 아는 단어는 그저 어디서 본 듯한 단어가 되어버리니까, 열심히 따라가며 읽게 된다. 그때의 몰입감이 좋다.
또 이건 어떻게 말로 그려야할지 모르겠는데, 그냥 영어의 표현이 좋다. 동사를 이렇게 저렇게 잘도 굴려가며 쓰는 게 재밌고, 부사를 풍성하게 쓰는 것도 재밌다. 막연하게지만 '아 이렇게 표현을 만들수도 있는 거냐'하는 발견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이게 과연 공감을 얻을 발언인지는 모르겠으나 - 문장이든 단어든 질퍽거리지 않아서 좋다. 내용과 틀 사이의 적당한 거리가 유지 되니 심리적으로 편안하다고 해야하나. 이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재미인지도 모르겠지만.
원서를 읽으면서 재발견한 작가는 누가 뭐래도 닉 혼비다. 아직까지, 혹은 고작, 혹은 평범하게도 닉 혼비다. 영국에서 지낼때 옥스팜 서점에서 자원봉사를 했는데, 그때 누군가 내려놓고 간 닉 혼비 전작을 단돈 5파운드에 강탈해서는 야금야금 정말 아껴가며 읽었다. 두 달 내내 이 아저씨랑 놀면서, 같이 프랑스도 가고, 스페인도 갔다.
너무 좋은데 이거야말로 불행하게도 정말 한량 노롯의 대표격이다. 시간과 에너지는 쏟고, 재미는 느끼는데, 돈이나 실력은 안 되니 한량 노릇으로 치기에 이렇게 완벽한 것이 없다. 이런 영어를 가지고 무역회사에 가겠는가(가서 무슨 말을 하겠나;;), 아니면 어린이 영어 학원에 가겠는가 말이다. 그냥, 여행이나 했으면 좋겠다. 결론 한번 엉뚱하시다.
- 2009/07/0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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