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9일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FT)는 한국 기업 대우 로지스틱스가 추진하고 있는 마다가스카르 농지 임대 계약 건을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대우 로지스틱스는 마다가스카르에서 130만 헥타르(경상남도 면적의 1.3배)의 토지를 99년간 임대하는 추진중이라고 한다. 이는 2008년 식량위기 이후 전 세계에서 이루어진 토지 임대 계약 가운데 가장 규모이다.
대우 로지스틱스는 이 토지에서 옥수수와 팜 오일을 생산해 한국에 공급할 계획인데, 알려져있듯 한국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옥수수 수입국이자, 세계 10위 안에 드는 콩 수입국이다.
FT는 대우가 마다가스카르에 거의 공짜에 토지를 빌리면서, 고용창출, 도로 등 제반 인프라 건설 등의 투자를 약속했지만 이 계약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FAO(유엔식량농업기구)의 말을 빌려 이런 식의 토지 임대는 '수탈'에 가까우며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 형태라고 비판했다. (이 보도는 결국 마다카스카르의 정권 교체에 영향을 미쳤고, 대우 로지스틱스의 마다가스카르 농작지 개발 계획은 무산 위기에 놓였다.)
이와 같은 '해외식량기지 건설' 움직임은 이미 세계적인 현상이다.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중동의 산유국이나 식량 수요가 많은 중국, 식량 자급율이 낮은 한국 같은 부국들이 식량 생산을 빈국에 떠맡기는 일이 급증하면서 제조업과 IT에 이른 '아웃소싱의 세번째 물결'이란 표현까지 나왔다.
이런 움직임의 직접적인 계기는 2008년 전 세계를 휩쓴 곡물가 폭등과 이에 따른 식량위기다. 전 세계가 물 부족과 기후 변화에 시달리면서 수확량이 줄어든데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으로 육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식량안보가 그야말로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여기에 유럽을 중심으로 바이오 연료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농지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를 비롯한 곡물 수출국이 수출 제한을 들고 나오자, 식량 수입국들은 다급해졌다. 이른바 '토지쟁탈전'이 벌어졌고, 2006년 이후 이들 국가들이 해외에 확보한 농지는 15만~20만㎢이른다. 이곳에 모두 곡물을 재배할 경우, 생산량은 연간 3000만~4000만t에 달하는데 이는 연간 전 세계 곡물 무역 규모(2억2000만t)의 14~18%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와 가디언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언론의 관심 대상이 됐다. 이들은 가난한 국가의 가난한 민중을 희생하며 식량기지를 건설하는 것의 윤리적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예를 들어, 대우 로지스틱스가 한국에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토지 임대를 시도했던 마다가스카르는 인구의 3.5%가 세계식량프로그램(WFP)의 구호식량에 의존해서 생활하며, 3세 이하 어린이의 약 50%가 영양 결핍으로 인한 성장 장애를 겪고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농산물의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측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투자 자본과 투자 대상국 정부가 비공개 계약을 맺어 농산물을 거래함으로써 세계 농산물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이 줄어들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당사국 간의 계약이 일종의 무역 '우회로'가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투자 대상국의 경제를 부흥하기 위한 방법으로 농업 부분의 해외자본 투자를 권장했던 세계은행과 FAO 같은 국제기구들도 차츰 입장을 바꿨다. 애초에 이를 '윈-윈' 비지니스로 평가했던 세계은행의 대표 Robert Zoellick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익이 몇몇 투자국(선진국)으로만 갈 뿐이라며, 투자 대상국 국가의 국민들에게 고루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의 Jacques Diouf 의장도 처음에는 "한 쪽에서 자본을 투자하고 다른 쪽에서 토지와 물, 노동력을 투자하는 상호 간의 투자"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지만, 지금은 "신식민주의"란 말을 사용하며 이 같은 현상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투자 대상국과 투자자 간의 어떤 계약들은 동등하지 않은 관계을 낳는데다, 단기적인 영리만을 추구하는 농업 방식도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어 중동 산유국들이 앞다투어 투자한 아프리카의 수단의 경우 식량 수출로 인해 자국의 국민들이 굶주리는 상황까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09년 5월 25일 FAO는 국제농업개발기금(IFAD)와 공동으로 아프리카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농지수탈'(farmland grab)의 실태를 처음 조사한 '토지 수탈 혹은 개발 기회?'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고용과 사회 제반 시설을 늘리는 조건으로 농지를 해외 국가들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나 대다수 협상의 단면을 들여다보면 무상과 다름없는 '수탈'이라고 밝히며, 한국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자국 식량 안보 강화를 위해 아프리카 농지에 투자하고 있는 사례들을 조사했다.
이 보고서는 투자가 수혜국에 투자, GDP, 재정 수입을 확충하고 일자리를 만들며 지역을 개발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대규모 농지 개발로 인해 지역 거주민들의 토지 접근권을 박탈함으로써 이 지역에 식량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사용하지 않는 땅을 개발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토지는 이미 지역 농민들에 의해 사용되거나 점유된 땅이라는 것이다. 이런 땅을 경작하는 농부들이 너무 영세해서 땅에 대한 공식적인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수두룩한데다, 이들이 땅을 주고 어디론가 옮겨 간다고 해도 이미 한계토지에 내몰리는 경우라 식량 생산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란 지적이다.
아울러 FAO 보고서는 계약당자 간에 협상력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과, 계약 체결까지의 과정에서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로 인해 투자 대상국 정부의 부정부패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더불어 지속가능성에 대한 물음도 제기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진행중인 토지 임대 협상의 대부분이 50년부터 99년에 이르는 장기 계약인데, 화학비료를 사용한 단일 경작식 집중 농업 방식은 토지 황폐화 및 물부족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현지 고용 창출 및 현지 지역 발전을 보장하는 것 또한 지속가능성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참고 :
S Korean group to lease farmland in Madagascar
http://www.ft.com/cms/s/0/22ccaa98-b5d9-11dd-ab71-0000779fd18c.html
Foreign fields: Rich states look beyond their borders for fertile soil
http://www.ft.com/cms/s/0/8de8a3e0-6e17-11dd-b5df-0000779fd18c.html
Land grab or development opportunity? (FAO)
http://www.reliefweb.int/rw/rwb.nsf/db900SID/KHII-7SE4R4?OpenDocument&RSS20=0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