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분당용 수입옥수수의 전량을 ‘유전자조작농산물(GMO)’로 채운다?
얼마 전 우리나라 옥수수전분당협회에서 오는 (2008년) 5월부터는 전분당용 수입옥수수의 전량을 ‘유전자조작농산물(GMO)’로 채우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 발표 뒤에 한 인터뷰에서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수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 사실 이 식량자급에 관한 문제는 이미 1990년대 식량농업기구(FAO)에서 ‘미래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식량이 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식량문제가 10여 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심각한 문제인 듯 나타나는 이유가 뭘까? 이미 식량농업기구 발표 때부터 농민단체가 식량자급률에 대한 정부의 정책을 요구했고, 일본이 식량자급률 40퍼센트를 법제화한 뒤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법제화하자고 요구한 지도 몇 년이 흘렀다. 그런데도 꿈적하지 않던 정부와 농업관련 학자들이 유전자조작 농산물 수입문제가 터지자 너나 할 것 없이 식량자급률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을 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옥수수전분당협회의 발표와 이를 옹호하는 정부와 학자들의 주장은 무엇이 문제일까?
수상한 것이 이미 오래전에 들어왔다
정부는 마치 그동안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수입하지 않은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사실과 다르다. 우리는 이미 엄청나게 많은 ‘유전자조작농산물(GMO)’을 수입해서 가공한 식품을 먹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것은 ‘지엠오(GMO)’가 원료인데도 제대로 표시를 하지 않아 그 사실을 모르고 먹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되는 것이 바로 식용유이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다양한 식용유 가운데 콩, 옥수수, 유채(카놀라)가 원료인 것은 모두 100퍼센트 지엠오 농산물이거나 섞여 있다. 게다가 사료용으로 수입하는 옥수수, 콩은 거의 모두 ‘지엠오’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유전자조작농산물 표시제도’는 이런 모든 것들을 표시할 의무가 없다. 그러니 당연히 소비자는 모르고 지나간다.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수입해서 먹어왔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지엠오는 안전한 것이라고 믿어도 되나? 미국은 가장 많이 생산해서 먹는데도 아무 문제가 없으니 정말 안전한 것 아닐까? 더 큰 불행은 바로 정부와 학자들이 이런 논리를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엠오는 아직 식품으로 안전하다고 증명되거나 확인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수상한 존재일 뿐이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베트남전쟁 당시 고엽제에 노출되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발병하기도 전에 자녀들이 먼저 병을 안고 태어났다. 광우병은 소가 동물성 사료를 먹은 지 10년 만에 소에게 나타났으며 그 뒤 다시 10년이 지나서야 사람에게 나타났다. 이 두 사례의 공통점은 모르는 사이에 이미 발병하였고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그 치료법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만 고엽제나 동물성 사료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여 앞으로 더 이상 추가 발병을 막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런데 지엠오의 경우는 그것이 고엽제나 동물성 사료처럼 언제든 생산을 그만둘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더 큰 잠재 위험을 가진다. 지엠오는 이미 생태계 속에서 자생하여 자라고 있고, 그 실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에서 가장 큰 불행이 될 수 있다.
최근 인도에서 ‘지엠오 면화’를 심은 땅에 놓아기르던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한 사례를 텔레비전에서 방영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 미국을 방문한 한 여성농민은 미국 남부지역에서도 이런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미국 농민단체로부터 전해 들었다. 문제는 지엠오 면화를 한번이라도 심었던 땅에 일반 면화를 바꾸어 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2000년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스타링크 옥수수는 당시 개발사였고 지금은 바이엘사로 흡수된 아벤티스 크롭사이언스사가 전량 수거했다고 주장하였지만 아직도 미국 옥수수 재배지역에서 간간이 발견된다. 이미 생태계에 한번 뿌려진 종자들을 100퍼센트 다시 거두어들이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것들이 끊임없이 인근 농지를 위협하면서 자생하여 자라고 있다는 사실 역시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것이 ‘지엠오 오염’이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과연 선택할 수 없는 문제인가
정부나 소위 전문가라는 이들은 마치 세계에서 유전자조작농산물(지엠오)이 대세이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듯 말한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몇몇 공무원이나 학자들이 식량자급률까지 들먹이면서 주장하는 지엠오 수입이 대세라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 지금 식량은 지구 인구가 필요한 양의 1.5배가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도 굶주리는 사람이 많은 것은 분배의 문제다. 백보 양보하여 식량이 정말로 절대량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날 재배하는 ‘지엠오’ 콩, 옥수수, 유채, 면화가 식량작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작물들은 주로 사료용으로 쓰이는 작물들이다.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한데 농지에 재배하는 것이 주곡이 아니라는 점 역시 그 누구도 우리에게 해명해 주지 않는 부분이다. 또한 정말 지엠오가 식량부족을 해결해 주려면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심어서 같은 면적에서 훨씬 더 많이 생산 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유전자조작농산물은 증산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심은 미국에서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심은 덕에 엄청나게 생산량이 늘었다는 보고는 그 어디에도 없다.
결국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하면 재배면적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그 고민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지구온난화로 사막화되는 면적을 고민해야 하고, 농지가 사막화하면서 삼림을 베거나 바다를 메워서 거기에 농지를 조성하여 생태계를 파괴하고, 이것이 지구온난화로 이어지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지구온난화의 악순환을 고민하지 않는 식량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굶어죽는 것보다는 유전자조작농산물이라도 먹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가? 이것은 분명 미국의 생각이다. 미국은 이미 2002년에 아프리카에 식량을 원조하겠다면서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주려고 했던 적이 있다. 당시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들이 이를 거부하자 미국은 그 화살을 유럽연합 돌렸다. 유럽연합이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안전하지 않다고 호들갑을 떠니까 굶어 죽어가면서도 아프리카에서 유전자조작농산물을 받지 않는다며 빨리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한 태도를 바꾸라고 압력을 가한 적도 있다. 정말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아니면 굶어 죽는 걸까? 그건 절대 아니다.
지엠오 청정지역을 선언하는 사람들
수상한 것은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안전한 농산물인 듯 보이게 하고, 그렇게 홍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10년 이상 먹어왔는데도 문제가 없으니 앞으로도 지엠오를 믿고 먹어도 안전하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미국의 주장이 그럴 듯하게 인용되고 있지만 이것 역시 사실은 아니다. 가장 많이 생산하는 미국은 생산량 대부분을 수출하거나 사료용으로 쓰기 때문에 실제 사람들이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거기다 혹자들은 미국에는 지엠오 표시제도가 없다고 말하면서 이를 안전성에 대한 증거로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이 표시제를 요구하는 미국 소비자와 상하원의원들이 기업의 로비를 피하여 ‘지엠오 표시제도’를 법제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 대표되는 성과로 미국의 군 단위 에서 ‘지엠오 청정지역(GMO-free)’을 선언하여 생산도 하지 않고 소비도 하지 않겠다는 조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기업의 로비는 생각보다 막강하여 오히려 지역 군단위에서 ‘지엠오 프리’ 조례를 만드는 것을 금지하는 법-그래서 이 법을 소위 ‘몬산토법’이라고 부른다-으로 막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시말해 우리나라 정부나 학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미국에서도 지엠오를 원하는 사람들은 이를 개발하는 기업과 그 기업의 로비를 받고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가들뿐이다.
또한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의 세계 최대 지엠오 종자 생산기업 몬산토는 세계 최초로 ‘지엠오 밀’을 재배하기 위한 시도를 미국과 캐나다에서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의 농민뿐만 아니라 소비자까지 모두 자신들의 주식인 밀을 지엠오로 재배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였고, 결국 몬산토는 ‘안전하다는 더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지엠오 밀을 재배하지 않겠다.’라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의하여야 할 것은 몬산토 스스로 지금까지 안전성에 대한 증거로는 식용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깊은 고민도 없이 너무나도 손쉽게 지엠오를 식용으로 쓰기 위하여 수입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답변이 없다면 지엠오 수입은 거부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제 식량주권의 시대다 설령 이 모든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옥수수전분을 그렇게 많이 수입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우선 옥수수전분의 주 용도가 무엇일까? 우리는 옥수수전분이 없으면 못 먹고 사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옥수수전분이 없어도 우리는 충분히 살 수 있다. 옥수수전분이 주로 사용되는 식품은 바로 과자, 음료수, 그리고 소시지, 햄 같은 각종 가공식품이다. 옥수수전분 값이 비싸서 유전자조작옥수수를 수입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그리 좋지 않은 각종 가공식품에 쓰이는 옥수수전분 소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야 한다. 가공식품을 못 먹어서 굶어 죽지는 않는다.
지엠오는 절대 식량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세월이 지난 뒤에는 온통 지엠오로 오염된 세상에서 정말 식량을 걱정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이것을 지금 우리가 걱정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누가 그 문제를 책임져 줄 것인가? 10여 년 전 식량자급률을 걱정하던 농민단체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아직 우리나라 농업이 완전히 망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당시 정부는 우리에게 경쟁력 없는 농업은 그만두고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육성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식량문제는 우리가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여전히 수입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하고, 보다 값이 싼 지엠오라도 수입해야 한다고 말하는 정부나 학자들의 주장에 더 이상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
2007년 2월 세계의 농민들은 말리의 셀링게에 모여 식량주권을 선언했다. 그 선언이 이제 우리의 선언이 되어야 할 때이다. ‘이제 식량주권의 시대다! Now is the time for food sovereignty!’
- 2009/05/20 10:43
- cklist.egloos.com/4951725
- 덧글수 : 2




덧글
이요 2009/05/20 11:46 # 답글
제가 본 GMO 관련글 중에 가장 이해하기 쉽게 쓴 글 같아요.제가 가장 놀랐던 건 GMO 중 1대에서 끝나는, 즉 씨앗이 수확되지 않는 식물 종자들을 개발한 부분이었어요. 우량종이나 해충의 피해를 입지 않는 GMO라면 어떻게든지 이해해보려는 노력이라도 하겠는데, 1대 수확 후 종자가 끊어지는 GMO라뇨. 소름이 끼치더랍니다.
cklist 2009/05/20 15:25 #
그죠. 쉽게 쓴 것도 좋고, 내용이 구체적인 것도 좋고요.보통 GMO에 대해 쓸때 먹을거리 안전성만 언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글은 지구온난화, 곡물메이저와 경제정의 문제로 힘있게 끌고 나간 것이 좋아요. 개인적으로요. 김은진 씨는 먹을거리 안전성-기후문제-농촌-기아-저개발국 개발 -평화운동을 한 궤로 엮어 글을 쓰시는데, 이런 분이 의외로 드물고요.
GMO문제를 보면 볼수록, 이게 식량주권 문제를 들여다보는 입구 같단 생각이 들어서, 요즘 나름 찾아 읽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