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양구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279~283에서 발췌.
영국 런던의 메릴리본 거리에 있는 한 자동차 주차장.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곳에서는 '농민장터 farmer's market'가 열린다. 20곳 농가에서 온 농민들이 생산한 먹을거리 33개 품목을 시민에게 판매하다. 이들 농민은 런던에서 반경 50킬로미터 이내에서 직접 먹을거리를 생산한다.
이런 농민장터는 최근 10년 새 영국 전체에 수백 곳이 생겼다.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세계 각국에서 이처럼 농민장터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구에서 2006년 열 차례 농민장터가 열러 농민, 시민의 큰 호응을 얻었다. 지구화 시대에 뜬금없이 '지역 먹을거리local food'가 주목받는 것이다.
지역 먹을거리는 일반적으로 '인근 지역에서 생산한 제철 먹을거리'을 말한다.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지역의 범위를 '반경 50킬로미터 이내'로 정한다. 그러나 미국, 캐나다 같은 국가에서는 '하루 동안 운전해서 갈 수 있는 거리(250킬로미터)'를 지역의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이렇게 지역 먹을거리에 사람들이 주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2006년 10월 미국의 지역 먹을거리 운동을 소개하고자 한국을 찾은 마크 윈 씨는 뜻밖에도 석유 파동을 언급했다. 그는 "1979년 코네티컷 주에 살 때, 제2차 석유 파동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대혼란이 벌어졌다"며 "유가 급등으로 트럭이 운행을 멈추자 먹을거리 공급이 끊겼다"고 설명했다.
원 씨는 그때 원거리를 이동하는 먹을거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실감했다. 이런 깨달음은 결국 지역에서 생산한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역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1970년대 불과 10개에 불과했던 미국의 농민장터는 미국 전역에 걸쳐 약 4000개가 존재한다. 물론 소비자, 생산자 양쪽 다 만족했기에 이런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했다.
원 씨는 "농민장터 덕분에 생산자는 좀 더 비싼 가격에 먹을거리를 팔고, 소비자는 질 좋은 먹을거리를 좀 더 싼 가격에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배를 불리는 복잡한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생산자, 소비자 양측 다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부가 대기업으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지역 경제도 살쪘다.
먹을거리뿐 아니라 에너지도 이렇게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할 수 없을까? 최근 전 세계 곳곳에서 '지역에너지 local energy'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먹을거리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생산할 수 있지만, 에너지는 석유와 같은 자원이 매장된 곳에서나 자급자족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 이런 상식을 깨는 사례가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1998년부터 7번이나 송유관 폭발 사고가 일어나 약 2000명이 사망했다. 이런 송유관 폭발 사고는 대게 사람들이 송유관에 구멍을 뚫고 석유를 훔치는 중에 발생했다. 세계에서 12번째로 석유 매장량이 많은 나라에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석유를 훔치는 까닭은 무엇인가?
나이지리아의 암시장에서 석유 0.5리터는 노동자 임금 2주치에 맞먹는 가격으로 거래된다. 석유를 외국 석유 기업이 독점하면서 정작 가난한 사람은 만성적인 에너지 빈곤에 처해있다. 나이지리아의 일부 무장 세력이 외국인을 납치하는 것도 이런 사장과 무관치 않다. 이처럼 석유를 생산하는 곳에서도 에너지 자급자족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 석유 '한 방을' 나지 않아도 지역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곳도 많다. 독일의 윤데 마을이 바로 그런 곳이다. 750명의 주민이 사는 이 작은 마을은 가축의 똥오줌과 밀, 옥수수, 건초를 함께 썩힐 때 나오는 메탄을 이용해 전기, 열을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되는 전기는 연간 4000 메가와트시로, 윤데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두 배나 된다.
윤데에서는 열병합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할 때 나오는 열을 이용해 물을 데워서 난방한다. 이 발전소에서 나오는 열은 연간 5500 메가와트시로, 윤데에서 1년 동안 필요한 열(약 3500메가와트시)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이렇게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가축의 똥오줌과 밀, 옥수수 건초는 물론 윤데의 농가에서 생산한 것이다.
이처럼 지역 에너지는 석유와 같은 자원의 매장 여부와는 전혀 관계없다. 둘러보면 지역에 가장 적잡한 에너지는 어디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태양, 바람,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는 좋은 예다. 심지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생활 쓰레기의 4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개, 고양이의 배설물로 메탄을 생산해 연료로 사용할 계획이다.
일단 지역 에너지를 사용하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 당장 지역에서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면서 유가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된다. 석유 생산 정점 사태가 와서 석유 공급이 줄어들더라도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될 자원을 둘러싼 갈등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또 지역 에너지는 정의롭다. 우리가 초국적 석유 기업이 공급하는 석유를 펑펑 쓸 때, 제 땅에서 나는 석유 한 방울을 구하고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있는 현실은 정의롭지 못하다. 도시에서 전기를 마음껏 쓰려고 지방에서 위험한 원자력 발전소와 방사성 폐기물을 떠안하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역 에너지는 이런 부정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다.
지역 에너지는 경제적이다. 대형 발전소는 수입한 석탄, 석유, 우라늄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이 전기는 또 원거리를 이동해 공장, 가정에 공급된다. 이런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송배전 시설을 갖추는 데도 큰 비용이 든다. 지역 에너지는 이 전 과정에서 낭비되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지역 에너지의 장점은 이뿐이 아니다.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서 에너지를 생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에 일자리가 창출된다. 독일을 비롯한 곳곳에서 태양, 풍력, 바이오매스 에너지가 새로운 지역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역 에너지가 곧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지역 에너지는 민주주의와도 어울린다. 에너지를 지역 주민이 직접 선택할 길이 열리면서, 그간 전문가가 독점했던 에너지 정책에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또 원자력 에너지처럼 중앙 집중적인 통제가 필요 없기 때문에, 지역 에너지는 말 그대로 '자치'의 토대가 된다.
사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 유럽, 북아메리카를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서는 지역 에너지를 사용했다. 인근의 야산에서 땔감을 찾아서 난방에 이용하고, 식물 기름으로 불을 밝혔다. 수송은 소, 말 등의 몫이었다. 이제 다시 지역 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자, 우리는 21세기에 어떤 에너지를 선택할 것인가?
참고) <동네에너지가 희망이다 ; 우리 동네 에너지 농부들 이야기> 이유진 지음. 이매진
지역 에너지의 개념부터 사례까지 정리한 책. 특히 국내외 사례를 풍부하게 담았다. 풀무학교를 중심으로 태양광과 풍력과 바이오가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충남 홍성, 태양광 발전기가 늘어나고 유채기름으로 경운기와 버스를 굴리는 전북 부안, 한국의 프라이부르크를 꿈꾸는 광주, 재생가능에너지 보물섬인 제주도.
그리고 2020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바꾸겠다는 거대 도시 도쿄, 풍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다른 지역에 ‘파는’ 산골 마을 구즈마키, 태양열 온수기가 생활용품으로 자리잡은 태양 도시 더저우, 대규모 풍력 발전 단지가 있는 내몽골 등을 소개한다.
영국 런던의 메릴리본 거리에 있는 한 자동차 주차장.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곳에서는 '농민장터 farmer's market'가 열린다. 20곳 농가에서 온 농민들이 생산한 먹을거리 33개 품목을 시민에게 판매하다. 이들 농민은 런던에서 반경 50킬로미터 이내에서 직접 먹을거리를 생산한다.
이런 농민장터는 최근 10년 새 영국 전체에 수백 곳이 생겼다.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세계 각국에서 이처럼 농민장터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구에서 2006년 열 차례 농민장터가 열러 농민, 시민의 큰 호응을 얻었다. 지구화 시대에 뜬금없이 '지역 먹을거리local food'가 주목받는 것이다.
지역 먹을거리는 일반적으로 '인근 지역에서 생산한 제철 먹을거리'을 말한다.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지역의 범위를 '반경 50킬로미터 이내'로 정한다. 그러나 미국, 캐나다 같은 국가에서는 '하루 동안 운전해서 갈 수 있는 거리(250킬로미터)'를 지역의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이렇게 지역 먹을거리에 사람들이 주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2006년 10월 미국의 지역 먹을거리 운동을 소개하고자 한국을 찾은 마크 윈 씨는 뜻밖에도 석유 파동을 언급했다. 그는 "1979년 코네티컷 주에 살 때, 제2차 석유 파동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대혼란이 벌어졌다"며 "유가 급등으로 트럭이 운행을 멈추자 먹을거리 공급이 끊겼다"고 설명했다.
원 씨는 그때 원거리를 이동하는 먹을거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실감했다. 이런 깨달음은 결국 지역에서 생산한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역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1970년대 불과 10개에 불과했던 미국의 농민장터는 미국 전역에 걸쳐 약 4000개가 존재한다. 물론 소비자, 생산자 양쪽 다 만족했기에 이런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했다.
원 씨는 "농민장터 덕분에 생산자는 좀 더 비싼 가격에 먹을거리를 팔고, 소비자는 질 좋은 먹을거리를 좀 더 싼 가격에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배를 불리는 복잡한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생산자, 소비자 양측 다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부가 대기업으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지역 경제도 살쪘다.
먹을거리뿐 아니라 에너지도 이렇게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할 수 없을까? 최근 전 세계 곳곳에서 '지역에너지 local energy'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먹을거리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생산할 수 있지만, 에너지는 석유와 같은 자원이 매장된 곳에서나 자급자족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 이런 상식을 깨는 사례가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1998년부터 7번이나 송유관 폭발 사고가 일어나 약 2000명이 사망했다. 이런 송유관 폭발 사고는 대게 사람들이 송유관에 구멍을 뚫고 석유를 훔치는 중에 발생했다. 세계에서 12번째로 석유 매장량이 많은 나라에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석유를 훔치는 까닭은 무엇인가?
나이지리아의 암시장에서 석유 0.5리터는 노동자 임금 2주치에 맞먹는 가격으로 거래된다. 석유를 외국 석유 기업이 독점하면서 정작 가난한 사람은 만성적인 에너지 빈곤에 처해있다. 나이지리아의 일부 무장 세력이 외국인을 납치하는 것도 이런 사장과 무관치 않다. 이처럼 석유를 생산하는 곳에서도 에너지 자급자족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 석유 '한 방을' 나지 않아도 지역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곳도 많다. 독일의 윤데 마을이 바로 그런 곳이다. 750명의 주민이 사는 이 작은 마을은 가축의 똥오줌과 밀, 옥수수, 건초를 함께 썩힐 때 나오는 메탄을 이용해 전기, 열을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되는 전기는 연간 4000 메가와트시로, 윤데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두 배나 된다.
윤데에서는 열병합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할 때 나오는 열을 이용해 물을 데워서 난방한다. 이 발전소에서 나오는 열은 연간 5500 메가와트시로, 윤데에서 1년 동안 필요한 열(약 3500메가와트시)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이렇게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가축의 똥오줌과 밀, 옥수수 건초는 물론 윤데의 농가에서 생산한 것이다.
이처럼 지역 에너지는 석유와 같은 자원의 매장 여부와는 전혀 관계없다. 둘러보면 지역에 가장 적잡한 에너지는 어디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태양, 바람, 수력, 지열, 바이오매스는 좋은 예다. 심지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생활 쓰레기의 4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개, 고양이의 배설물로 메탄을 생산해 연료로 사용할 계획이다.
일단 지역 에너지를 사용하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 당장 지역에서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면서 유가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된다. 석유 생산 정점 사태가 와서 석유 공급이 줄어들더라도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될 자원을 둘러싼 갈등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또 지역 에너지는 정의롭다. 우리가 초국적 석유 기업이 공급하는 석유를 펑펑 쓸 때, 제 땅에서 나는 석유 한 방울을 구하고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있는 현실은 정의롭지 못하다. 도시에서 전기를 마음껏 쓰려고 지방에서 위험한 원자력 발전소와 방사성 폐기물을 떠안하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역 에너지는 이런 부정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다.
지역 에너지는 경제적이다. 대형 발전소는 수입한 석탄, 석유, 우라늄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이 전기는 또 원거리를 이동해 공장, 가정에 공급된다. 이런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송배전 시설을 갖추는 데도 큰 비용이 든다. 지역 에너지는 이 전 과정에서 낭비되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지역 에너지의 장점은 이뿐이 아니다.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서 에너지를 생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에 일자리가 창출된다. 독일을 비롯한 곳곳에서 태양, 풍력, 바이오매스 에너지가 새로운 지역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역 에너지가 곧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지역 에너지는 민주주의와도 어울린다. 에너지를 지역 주민이 직접 선택할 길이 열리면서, 그간 전문가가 독점했던 에너지 정책에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또 원자력 에너지처럼 중앙 집중적인 통제가 필요 없기 때문에, 지역 에너지는 말 그대로 '자치'의 토대가 된다.
사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 유럽, 북아메리카를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서는 지역 에너지를 사용했다. 인근의 야산에서 땔감을 찾아서 난방에 이용하고, 식물 기름으로 불을 밝혔다. 수송은 소, 말 등의 몫이었다. 이제 다시 지역 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자, 우리는 21세기에 어떤 에너지를 선택할 것인가?
참고) <동네에너지가 희망이다 ; 우리 동네 에너지 농부들 이야기> 이유진 지음. 이매진
지역 에너지의 개념부터 사례까지 정리한 책. 특히 국내외 사례를 풍부하게 담았다. 풀무학교를 중심으로 태양광과 풍력과 바이오가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충남 홍성, 태양광 발전기가 늘어나고 유채기름으로 경운기와 버스를 굴리는 전북 부안, 한국의 프라이부르크를 꿈꾸는 광주, 재생가능에너지 보물섬인 제주도.그리고 2020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바꾸겠다는 거대 도시 도쿄, 풍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다른 지역에 ‘파는’ 산골 마을 구즈마키, 태양열 온수기가 생활용품으로 자리잡은 태양 도시 더저우, 대규모 풍력 발전 단지가 있는 내몽골 등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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