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북한 농업의 생태적 전환 굶주리는세계,식량주권,농업

1990년대 후반 북한에서 발생한 엄청난 규모의 식량위기에 대해서,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90년대 중반에 지속적으로 발생한 가뭄과 홍수라는 자연재해가 치명타를 주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에 더해 북한의 비효율적인 '집단농업'체제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했다.

북한의 농업이 자연재해 때문에 치명타를 맞고 완전히 붕괴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면에 내재해 있는 역사적인 근원을 좀 더 파헤쳐 볼 필요가 있다. 비효율적인 '집단농업'체제가 문제였다면 왜 그 전에는 농업생산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일까?

북한 농업에 대해 일반인들이 모르는 한 가지 사실은, 1960년대에서 80년대에 이르는 동안 북한의 농업이 남한의 농업만큼이나, 아니 오히려 더 에너지(전기)와 석유 집약적인 구조였다는 점이다. 북한농업 근대화의 핵심기치는 수리화, 화학과, 전기화, 기계화였으며, 6.25전쟁 이후에 남한보다도 훨씬 앞서서 이러한 기반을 빠르게 구축해갔다. 그 원동력은 소련과 중국 등 사회주의 우방에서 값싸게 들여오는 석유, 풍부한 매장량을 갖고 있던 석탄, 그리고 대형 댐에서 얻는 수력전기였다.

이러한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남한 못지않게 많았던 면적당 화학비료 사용량이다. 또 한 가지 북한 농업의 특징은 남한과 유사한 홑짓기(단작) 시스템이었다. 쌀과 옥수수 생산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이 두 품목이 북한의 주식이 되었다. 이러한 농업의 근대화로 북한은 식량을 풍족하게 자급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동아시아 각국의 단위 면적당 비료 사용량 비교> (kg/ha)
 연도N (질소)P (인산)K (칼륨)합계
일본1972138135113386
중국19723913153
 19902086318289
베트남19722813445
 199078194101
한국19721167646288
 1990211103101415
북한19721215617194
 1990319779405
 1994146101.5157
 199635100.345
출처 : FAO 각년도 연감    

그런데 80년대 들어서면서 에너지 집약적 농업은 한계에 봉착하면서 생산량이 정체하게 된다. 이에 조급 다급해진 북한 당국은 다락밭 개간과 '밀식재배'를 지시한다. 이른바 김일성 교시에 의한 '주체농법'의 산물이었다. 산비탈에 옥수수 재배를 위한 다락밭 개간 면적이 늘어났고, 특히 옥수수가 지력을 크게 고갈시키는 작물이라는 점에서 그렇지 않아도 척박한 산비탈 토양의 지력은 화학비료의 계속된 사용과 밀식재배로 인해 갈수록 고갈되었다. 북한의 사회와 자연이 점점 더 자연재해 취약구조로 변해갔던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석유 의존체제가 80년대 후반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함께 위기를 맞게 되었다. 전기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전기로 움직이는 북한지역 대부분의 관개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화학비료 사용량이 급감하면서 농업생산량도 떨어지게 되었다. 무용지물이 된 관개 시스템은 가뭄이나 홍수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갔다. 연료가 부족해지자 삼림 벌채가 어쩔 수 없이 대규모로 이루어졌다. 그에 따라 토사의 유출도 계속되었고, 강바닥도 높아져갔다.

그런데 북한 당국은 이런 위기상황에서도 인식의 전환을 보여주지 못했기,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쿠바의 경우와 비교해보라)

1995년에서 97년 연이어 발생한 가뭄과 홍수는 이처럼 약해질 대로 약해져 버린 북한의 사회,자연 시스템을 완전히 붕괴시켜버렸다. 이미 민둥산이 된 산과 수위가 높아진 강들은 홍수에 속수무책이었고, 농경지들은 산에서 내려오는 토사 때문에 쑥대밭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북한의 비극도 자세히 살펴보면 자연적인 요소와 사회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축적되어온 위기가 자연재해로 인해 한꺼번에 터져버린 것이다.

이처럼 식량위기의 역사적인 근원을 들여다보면, 앞으로 북한 농업을 어떤 방향으로 재건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도 조금은 분명해질 것이다. 핵심은 에너지, 석유 의존체제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 <굶주리는 세계> 50~52페이지 (<표>의 출처도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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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들의 제국주의>에서 북한 경제(특히 농업)에 대한 내용을 관심있게 읽었던 터라, 관련된 내용을 찾으면 열심히 밑줄을 긋게 된다.

<촌놈들의 제국주의>에 따르면, 지금 한국은 북한 농업에 대해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하나는 북한 붕괴후 현재 협동농장이 가진 자산과 인력을 어떤 방식으로 인수해서 어떻게 농업생산력을 높일지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잉여농산물과 비료,농약,농기자재를 북한에 지원(판매)하는 차원의 문제다.

하지만 이런 논의들은 모두 화학농법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위의 글에서 보다시피, 북한 농업은 화학농법의 폐혜를 최근 20년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촌놈들의 제국주의>에서는 북한 농업의 생태적 전환 문제를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

"북한은 기후나 노동력의 배치 조건상 생태농업 쪽으로 재편하는 게 속도도 빠르고 상업적으로도 훨씬 유리하다. 쿠바의 '생태기적'처럼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국제적 여건과 자연적 조건상 북한에서는 전면적인 생태농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할 만한다. 게다가 한국에서 완전히 사라진 종자가 북한에 남아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무리하게 화학농법으로 저가 농산물의 대량생산을 꾀하기보다 종 다양성을 확보하는 생태농업으로 나아가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아울러 북한과 같은 저소득 국가는 식량증산 혹은 병충해나 추위에 강한 품종을 개량한다는 명분으로 유전자조작식품의 실험지가 될 위험성이 많기 때문에, 농업 부분에서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종합적인 방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재의 북한은 그런 사업이 원조 혹은 지원이란 명분을 걸고 들어온다면 이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북한은 생태농업은커녕 국제적인 유전자조작식품의 거대한 실험장으로 전락한 채 집중적 화학농법으로 대규모 토양유실만 늘어날 위험이 높다." (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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