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경제학을 넘어서, 우자와 히로부미 국제개발 Insight

<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 116쪽~123쪽 에서 부분 발췌. 우자와 히로부미라는 경제학자의 책을 꼭 읽어보리란 생각에서 옮겨둔다. 더불어 편집자가 저자와 일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1974년에는 신서 세 권을 편집했다. 먼저 우자와 히로부미 씨의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다. 우자와 씨를 소개해준 사람은 단행본 편집부에서 경제학 텍스트를 담당하던 S선배였다. "미국에서 돌아온 패기 넘치는 근대 경제학자가 있는데 한번 만나보면 좋을 거야"라는 말을 듣고 우자와 씨를 만났다.

사전에 내가 조사한 바로 우자와 씨는 수학과 출신의 수리경제학자이고, 저명한 케네스 애로(Kenneth Arrow)교수에게 발탁되어 미국에서 연구했으며, 시카고 대학 등에서 가르치고 있는데 일본의 경제학자 중에서는 노벨경제학상을 탈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하는, 빛나는 경력의 소유자였다.

도코대학 경제학부 연구실에서 처음으로 만났을때, 그는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을 다룬 신서를 내고 싶다고 했다. (중략)기획을 결정하고 우자와 씨에게 집필을 의뢰했다. 그는 단숨에 써냈다. 쭉 마음속에 품고 있던 테마였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마음속에'라고 쓴 것에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이 테마가 근대경제학자로서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뿐 아니라 그의 인격 자체에서 나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는 환경을 오염시키고 인간의 안전을 위협하는, 배기가스를 흩뿌리면서 좁은 길을 방악무인하게 달리는 자동차의 존재를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이 세상에 준 영향은 컸다. 편집부에는 "이 신서를 읽고 감동 받았습니다"라는 편지가 수통이나 왔다. 그중에는 "이 책을 읽고 나는 운전면허증을 찢어버렸습니다"라고 한 독자도 있었다. 한편 자동자의 제조나 판매와 관련된 조직으로부터는 음으로 양으로 우자와 씨에 대한 비판이 밀려들었다. 그러한 조직과 관계를 가진 연구원들은 그의 학설에 대한 맹렬한 반론을 제기했다.

(중략)우자와 씨가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을 집필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물론 근저에는 그의 사회적 정의감이 있을 것이고, 그것이 그로 하여금 나중에 나리타 공항문제나 지구온난화 문제에 뛰어들게 했을 것이다. 또 버나드 루도프스키의 <인간을 위한 거라>나 제인 제이콥스의 <미국 대도시의 생과 사>등 저작의 영향도 생각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미국에 있을 때 그가 겪은 베트남 반전운동 체험이 깊이 관련된 것이 아닐까 싶다.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을 씀으로써 우자와 씨는 종래의 근대 경제학에서는 충분히 파악할 수 없었던 문제와 씨름해야했다. 그러한 그의 모습을 보고 나는 그렇게 씨름하는 과정에 대해 써주지 않겠냐는 의뢰를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1977년에 간행된 <근대경제학의 재검토 - 비판적 전망>이다. 이것은 그의 학문적 기반인 근대 경제학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었다. 또한 경제학자로서 그의 눈부신 경력 자체를 발밑에서부터 뒤집어비릴지도 모르는 놀랄 말한 행위였다.

나는 당시 이와나미쇼텐에서 열렸던 어느 연구회의 정경을 잊을 수가 없다.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분석하는 자리였는데, 우자와 씨가 먼저 근대경제학의 모델을 이용하여 설명했을 때의 일이다. 그 자리에 있던 경제학자나 사회학자는, 그가 칠판에 수식을 쓰고 그것에 기초하며 일본 경제의 현 상황을 아주 선명하게 분석하던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 놀라운 분석 솜씨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칠판의 수식에 커다란 X표를 치며 말했다. "이 모델로는 일본 사회의 진정한 모습을 포착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환경 파괴나 공해 등 가장 중요한 요소가 이 모델에는 들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그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제학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나에게 이 말은 앞의 모델을 이용한 뛰어난 분석 이상으로 감동적으로 들렸다.

이 감동은 1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나 다시 우자와 씨에게 신서를 의뢰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사이에 나는 단행본 편집부로 옮겼고 그의 책을 몇 권인가 편집했다. <근대 경제학의 전환>(1986) <현대 일본경제 비판>(1987) <공공경제학을 찾아서>(1987) 등이다. 그리고 1989년 신서 <경제학의 사고방식>을 내게 된다. 다음은 이 신서가 만들어직 된 경위를 그 책 '후기'에서 인용하기로 한다.

"최근 3년 동안 나는 이와나미쇼텐에서 몇 권의 책을 냈다. 그것은 내가 과거 십수 년 동안 발표해온 논문을 테마별로 정리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와나미쇼텐의 오쓰카 노부카즈 씨로부터 다음과 같은 비판을 들었다. 선생은 경제락에 대해 단편적으로 이런저런 비판을 하지만 자기 자신의 경제학적 사고는 대체 어떤 것일까요? 일반 사람들도 알기 쉽게 좀더 분명하게 써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오쓰카 씨는 내내 정중한 자세로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이러한 의미로 받아들였다. 오쓰카 씨의 비판에 답한다는 의미로 쓴 것이 책이다."

그리고 '후기'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도 들어 있었다. "경제학자가 살아 있는 그때그때의 시대적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경제학 이론의 형태도 승화시켜나갔는가 하는 면을 강조하고 싶었다." 마치 이 말을 실증이라고 하는 것처럼 그는 잇따라 그때그때의 문제에 대응하여 신서를 냈다. <'나리타'란 무엇인가 - 전후 일본의 비극> (1992), <지구 온난화를 생각한다>(1995), <일본의 교육을 생각한다>(1998), 이 세 권이다. 이 신서의 내용에 대해 일일이 말하는 것은 피하기로 하자. 그러나 경제학자로서 우자와 씨의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에피소드 하나만 말하기로 한다.

그것은 <'나리타'란 무엇인가 - 전후 일본의 비극>이 간행된 직후, 나리타 공항 반대 동맹의 농민들이 출판 축하 모임을 열어주었을 때의 일이다. 나리타공항의 활주로 끝에서 그 연장선으로 불과 수백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어느 조그만 공민관이 모임 장소였다. 공민관 주변에는 전경들의 장갑차가 굳게 지키고 서서 공민관 부지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검색하고 있었다. 머리 위로는 거의 쉴새 없이 대행 여객기가 굉음을 내며 착륙하고 있었다. 그런 삼험한 분위기에서 축하 모임이 열린 것이다.

농민이 한 사람씩 일어나 우자와 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겸연쩍은 얼굴로 그것에 응대했다. 탁자 위에는 농민들이 정성들여 준비한 요리와 우자와 부인이 손수 만든 요리, 그리고 전국의 지원자들이 보내온 일본 각지의 명주가 늘어서 있었다.

그런 광경을 보며 나는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깊은 감동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리고 <'나리타'란 무엇인가 - 전후 일본의 비극>의 '머리말'에 있는, "이 과정을 통해 '나리타'에 대한 내 자신의 이해를 깊게 할 수 있었고, 경제학을 전공하는 나의 직업적인 관점에서도 귀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나리타 투쟁의 궤적을 분명히 함으로써 전후 일본이 직면한 최대의 비극인 '나리타'의 본질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떠올렸다.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나리타'에 참여한 우자와 히로부미 씨. 신변 경호 경찰관의 차로만 이동할 수 있는 부자유한 수년간, 가끔 진보초의 골목길 안쪽에 있는 어떤 술집에서 나와 한 잔 할 때도 밖에서는 신변경호 경찰이 끊임없이 살피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우자와 씨의 모습을 보고 앞서 인용한 <경제학의 사고방식>의 '후기'에 있는 "경제학자가 살아 있는 그때그때의 시대적 상황을 어떻게 받아 들이고, 또 경제학 이론의 형태도 승화시켜나갔는가"라는 말을 그 자신이 실증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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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낭만여객 2007/12/27 22:01 # 답글

    저도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인문경제학정도의 위치인가요?
  • cklist 2007/12/28 09:53 # 답글

    낭만여객 님 / 근데 번역된 책이 거의 없더라고요. 저는 일본어를 잘 모르니 저기 쓴 언제가는 말그대로 정말 '언제가'... 인문경제학의 영역이나 뜻을 잘은 모르지만, 어감으로만 본다면야 아마 그럴 것 같아요.. 주말부터 추워진다고 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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