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낳은 도시의 초상 <슬럼, 지구를 뒤덮다> 도시와 건축

슬럼, 지구를 뒤덮다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김정아 옮김 / 돌베개

50년대의 해방촌. 이른바 '달동네'로 불리는 도시 변두리 지역들. 서울올림픽의 또 다른 상징인 강제철거의 역사... '슬럼'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을 쭉 열거하면, '슬럼'은 마치 20세기의 초상같다.

하지만 2007년의 서울에는 쪽방이 있고, 홍콩에는 새장쪁이 있다. 프놈펜에는 옥상에서 맨몸으로 야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인도 뭄바이에는 돈을 내고도 거리에서 잠을 자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1980년대 이후에 도시 빈민으로 전락한 사람들이다.

언뜻 생각하면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된 1960년대에 도시 빈민이 가장 급속하게 늘어났을 것 같지만, 슬럼 현상이 전지구적으로 확산된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이고, 특히 1990년대에 두드러지게 강화된 일이다.

나아가 UN-HABITAT의 전문가들는 2020년이 되면 전 세계 도시 빈민이 세계 인구의 45~50%를 차지할 것이며, 특히 저개발국의 경우 도시인구의 80%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슬럼거주자로 채워질 것이라 전망한다.

요컨대 제3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도시화의 진실은 '도시의 슬럼화'에 다름 아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도시사회학자인 지은이는 '슬럼'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기획이 낳는 괴물이자, 21세기에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가장 암울한 문제로 파악하고, 21세기형 슬럼 방정식을 풀어나간다.

지은이는 '슬럼'을 무허가 주택들 밀집지, 노숙지 등으로 한정하지 않고 '도시 빈민'의 정주형태로 파악한다. 따라서 책은 농촌에서 밀려나고, 중간계급에서 하층민으로 분리된 채 비공식 경제를 통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 논의를 따라 가다보면, 농촌의 몰락, 경제의 비공식화, 비정규직 증가, 중간층의 탈정치화 등 신자유주의가 낳는 폐해라는 폐해는 거의 다 확인하게 된다. 명확한 논점을 갖고 구체적인 지역의 사례와 통계에 기반해서 쓴, 힘 있는 글이다. (이하 메모는 보도자료를 참고한 것.)

*** 슬럼의 현실
인프라 부족 ; 슬럼에는 물, 하수시설, 화장실이 없다. 베이징 주민들은 화장실 하나를 6,000명 이상이 공유한다. 뭄바이에서는 주민 절반인 500만 명이 화장실 없는 상태에서 산다.

비싼 인프라 ; 중간계층과 상류층 부패한 공무원들, 정치인들, 외국 자본들이 슬럼에 들어와 수도나 화장실 사업을 펼친다. 이들은 인근의 상수도 시설에서 공짜로 물을 퍼와 비싼 값에 팔거나 화장실 하나를 지어 놓고 주민들에게 한번 사용할 때마다 하루 생활비 절반에 해당하는 돈을 받는다.

자연재해와 대형참사 ; 보통 슬럼은 경제적 가치가 없는 위험지대에 형성되어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게다가 인구밀도가 높아 대형참사로 이어지기 일쑤다. 최근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열악한 주택만 골라서 피해를 입히는 지진이라는 뜻에서 'class quake'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화재 ; 옥회 화력 의존도, 인구밀도가 높고 골목도 비좁아서 대형화제가 종종 일어난다. 그중 다수는 조직적 방화다. 필리핀의 지주들은 들쥐나 고양이를 등유에 적시고 불을 붙여 골치 아픈 슬럼에 풀어놓는다. 이른바 '뜨거운 철거법'이다.

유해산업과 불법산업 ; 거의 모든 제3세계 대도시에는 송유관, 화학공장, 정유 공장 바로 옆에 위치한 슬럼가가 존재한다.

*** 슬럼화의 원인들
워싱턴 컨센서스, 세계은행, IMF ; IMF와 세계은행은 1980년대에 제3세계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다. 이들은 민영화, 무역규제 철폐, 식량 보조금 중단, 공공 서비스 축소 등을 융자조건으로 내세웠고, 그 결과 제3세계는 농업 몰락, 고용 감소, 임금 하락, 물가 상승에 시달렸다. 상당수 중간계급이 빈민으로 전락했다. 생산 경제가 위축되면서 부동산 거품이 일어 빈민들은 더욱 갈 곳이 없어졌다.

탈식민 엘리트의 부패와 무능 ; 많은 제3세계 국가에서 독립 이후 집권 세력들은 식민지 관료층이 누리던 계급적 특권과 독점적 공간을 반납할 생각이 없었다. 이들에게 IMF 융자는 자금을 확보할 호기였다.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주택 규모는 엄청난 슬럼 인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부족한 주택들마저도 공무권과 부자들의 축재수단으로 전용되었다.

중간계층의 가로채기 ; 튀지니에서는 주택 보조금의 75%가 중간계층에 돌아가고, 자메이카의 국영주택신탁의 사용처를 뜯어보면, 조직운영 비용과 국가에 헌납하는 비용, 고소득층 기부자에 대한 선심성 대출 등으로 거의 모든 돈이 빠져나간다. 재정 편중을 바로잡을 진보적 조세정책은 없다. 중간층 이상의 탈세는 보편적인 현상이고 이들에 대한 과소과세는 범죄적 수준이다. 판매세가 증가하고 공공설비 이용료가 높아지는 등 퇴행적 세금 징수가 횡행한다. 한국에서 30평 이상 임대 주택이 추친되는 것도 가로채기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대형 NGO들의 성과주의 (신자유주의 NGO) ; 1970년대 후반 이후 무정부주의와 신자유주의가 결합한 논리가 국제금융 기관과 대형 국제 NGO 사이에 다리를 놓기 시작했다. 세계은행은 제3세계 정부들을 배제시키는 대신 NGO개 상층부를 자기네 실무 네크워크 안으로 끌여들였다. 과시형 프로젝트가 난무하고, 프로젝트 기획자들은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치는데 정작 프로젝트 수혜자들은 존재하지 않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NGO들은 '전문지식 제공 중간상' '신흥계급 중간상' '새로운 형태의 후견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 도시의 양극화, 새로운 저항적 정치 주체의 가능성
슬럼과의 전쟁 ; 제3세계 도시계획은 계급투쟁의 양상을 띤다. 공권력을 중간계층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빈민들의 생존권을 짓밟는다. 게다가 슬럼은 끊임없이 정치적 불순 세력의 거처로 지목받는다.

부유층의 요새 도시 ; 카이로 외곽의 비벌리힐스, 베이징 외곽의 오렌지카운티 등 제3세게 외곽 도시의 주민들은 '무장대응' 경비회사에 의존해 도심의 현실과 상관없이 살아갈 수 있다. 슬럼가를 건너뛰게 만드는 고속도로나 원형우회로 등 쾌적하고 편리한 도로망이 요새 도시들은 연결한다.

경제의 비공식화 ;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제3세계에서는 공식 고용이 줄고 남성 이민자가 늘면서 여성들과 아이들 중심의 불안정한 고용 형태가 확대되었다. 빈민들은 노동 강도는 높아지지만 소득은 감소하는 무한 경쟁 상황으로 내몰렸다. 임금이 너무 많이 내려갔기 때문에 이들이 어떻게 목숨을 부지하고 사는지 설명할 수 없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임금의 수수께끼'라고 부른다. 인도의 바라나시를 비롯한 도시에는 감금과 고문을 포함하는 살인적인 작업환경에서 하루 20시간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있고, 하루 1달러를 벌기 위해 혼잡한 거리를 60km씩 달리는 남성들이 있다. 그보다 끔찍한 장기매매도 있다. 첸나이 교외의 바란티나가르 슬럼은 세계 신장매매의 허브로, 한때 키드니나가르라 불렸다.

빈민들과의 전쟁 ; 슬럼 주민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임시직 노동자들이다. 직장이 없는 청년들은 지하 경제의 무장 반군이나 범죄조직들에 흡수된다. 워싱턴이 군사기관들은 슬럼과의 전쟁을 준비한다. 이들은 앞으로의 전쟁이 도시 슬럼에서 빈민들과 벌이는 유격전 양상을 따라 전개될 것을 예상하고 대응책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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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higgack 2008/08/05 17:19 # 삭제 답글

    내용좀 퍼갑니다.
  • cklist 2008/08/10 18:55 #

    네엡~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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