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옥(도올) /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1 인문학 (책)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1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모 분의 TTB리뷰를 읽고 알게 된 책. 그 분의 평처럼 "대단히 재미있다"
모처럼 집에서 하루 종일 보내면서, 집중해 읽으니 그 또한 좋고.

가끔, 선생님이란 존재가 간절해진다. 이때 선생님은 지적 긴장감이 넘치는 세계로 온전히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이끌어 주는 분을 말하는데, 졸업을 한 뒤로 게으르고 난삽한 독서를 하다보니 이 같은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도올(이라고 부르자 -_-)의 책을 읽으면서, 오랜 만에 긴장감을 맛봤다. 티비에서 볼 때는 그 스타일에 압도당한 나머지 무슨 얘길 하는지 도무지 집중할 수 없었는데, 책으로 만나니 역시 다르더만. 왜 도올, 도올 하는지 조금이나마 알겠다.

1권은 역사적 인물인 청년 싯달타가 무엇을 스스로 깨달고, 실천했는지를 초기 불교의 역사를 근거로 되짚어보는 내용. 형이상학-형이하학, 정신과 육체, 존재와 존재자의 이분법을 뛰어넘어, 현존하는 인간에게 현실을 감당할 주도권(사실은 책임 -_-)을 넘겨주는 발상의 전환이 신선하다
.

* 선정주의나 고행주의는 당시 인도 출가수행자들에게 매우 유행하던 수행방법이었으며, 이미 고타마 싯달타는 그 방법을 6년이나 마스터한 터였다. 그런데 어찌 새삼 그러한 고행을 부정한 그에게 또 다시 보리수 나무 밑에서의 선정(禪定)이 싯달타에게 대각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하는 망언이 있을 수 있겠는가? ... 지금 우리가 혁명코자 하는 것은 우리의 삶이다. 선정이라는 절묘하고 오묘하고 심묘한 몸의 상태가 아니다. 우리 삶의 고뇌를 벗어나고자 하는 총체적 노력은 결코 선정지상주의로써는 아뇩다라의 결심을 맺을 수 없었던 것이다. - 42~43쪽

* 인간의 허약이란 바로 그러한 도사나 야바위꾼, 즉 아트만과 브라흐만이 합일되었다고 외쳐대는 인간들의 존재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든 신비주의의 함정이다. - 65쪽

* 범아일여(梵我一如)라는 말, 내가 곧 브라흐만이라는 이러한 일체감의 확신의 표현의 언사에는 아트만과 브라흐만의 분열이 전제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합일'이라는 말의 가장 위험한 요소는 일자(一者)가 나의 존재로부터 타자화 되어 있다는 것이다. 곧, 신의 문제를 나 밖에 있는 어떤 존재 양상으로 생각했다는 바로 그 존재의 분열에 모든 문제의 원천이 있는 것이다. - 66쪽

*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난해한 질문에 대하여 중도의 자각을 얻는 순간, 싯달타는 외쳤을 것이다. 그 해결의 유일한 길은 바로 신을 생각하는 나, 나 아트만을 본질적으로 해소시켜버리는 것이다. 상주, 불변, 단일의 동일자가 아트만으로서 나의 존재를 떠받치고 있다는 생각 그 자체를 해소시키는 것이다. 이 아트만의 무화의 방향을 싯달타는 안아트만, 즉 '무아'라고 불렀다. 이 삿달타의 무아의 각성이야말로 인류정신사에 시작도 끝도 없는 최대의 혁명이며, 최고의 비상이며, 모든 종교의 두 번 있을 수 없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다. - 67쪽

* 싯달타는 신의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도 아니요, 신의 소리를 듣고자 하는 사람도 아니요, 육체와 정신의 갈등 때문에 고민하던 사람도 아니다. 신과 인간, 육체와 정신의 분열이 싯달타에게는 중요했던 것은 아니다. 싯달타에게 일차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일체개고라는 인간의 고통스러운 현실이었으며, 그의 과제 상황은 어떻게 하면 이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 116쪽

* 모든 지혜는 지식에 대하여 개방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126쪽

* 싯달타가 보리수 아래서 증득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내용은 내가 확언하는 바대로 "연기" 이 두 글자를 벗어나지 는다. 싯달타는 연기 그 자체가 법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의 방식으로 사물을 볼 줄 알아야만 곧 깨달음(앎)에 도달케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 144~145쪽

* 인간의 괴로운 현실이 생성되는 과정을 사유하는 것을 순관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순관은 순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관과 동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 역관이란 "A에 연하여 B가 생한다"는 순관의 문제에 대하여, 동시에 "A가 멸하면 B가 멸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싯달타의 인관성의 통찰이 근대 자연과학의 인과성 통찰과 다른 어떤 차원의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싯달타의 인과(연기)관의 특징은 반드시 생성과 소멸의 인과를 동시에 관(觀)한다는 것이다. - 171쪽

* "생하는 것은 곧 멸하는 법이다" A가 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곧 멸할 수밖에 없다는 뜻은, A는 자기 동일성을 영원히 유지하는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는 생과 멸의 연기선상에서만 있을 수 있는 가합적 존재라는 뜻이다. 붓다가 A라는 법을 유전과 환멸의 양측면에서 동시에 관찰해야 한다고 설한 뜻은 어떠한 경우에도 A는 자기동일성을 항구하게 지속시킬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인긱해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는 것이다. A라는 법에 자기동일성이 확보될 수 없다는 것은, A라는 법에는 아, 즉 아트만이 없다는 말이 된다. 이것을 우리는 "무아"라고 부르는 것이다. - 177쪽 (따라서 인간에겐 스스로 자신의 고통에 대한 처방을 내릴 기회와 책임이 있다.)

* 사성제는 연기설을 대중이 알아듣기 쉽게 변모시킨 것이다. 이러한 실천적 이유 때문에 사성제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환멸연기를 보다 고, 집보다는 멸, 도에 놓여 있다. 아함경에서 보통 고멸도적성제라 표현한 이 마지막 도제를 우리가 보통 팔정도라 부르는 것인데, 이 팔정도야 말로 원시불교의 실천강령이라 할 수 있다.  - 179쪽

* 이 지상에서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남긴 그 간곡한 마지막 유훈은 무엇이었던가? "그럼 비구들이여! 이제 마지막으로 너희들에게 고하노라! 만들어진 모든 것은 모두 변해가는 법이니라. 게으름 피우지 말라. 나는 오직 게으르지 않음으로써만 홀로 바른 깨달음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다. 방일치 말고 정진하여라." 이것이 여래 최후의 말이었다. - 180쪽

* 단언컨대 싯달타는 불교라는 종교를 개창하기 위하여 산 사람이 아니다. 그의 승가는 그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뭉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가 이 계(정어=바른 말, 정업=바른 업, 정명=바른 생활), 정(정념=바른 기억, 정정=집중), 혜(정견=바른 소견, 정사유=바른 생각) (+ 정정진=바른 노력)의 프레임웍을 가지고 현실의 승가를 지도하였다는 사실이 그를 오늘날의 위대한 스승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이 삼학은 승가의 디프 스트럭쳐였다. 그것은 인류사의 획기적인 창안이었다. - 190쪽

* 싯달타는 결코 (소피스트 같은 방식의)이러한 래디칼리즘에 만족할 수가 없었다. 모든 래디칼리즘은 인간의 문제에 대해 대하여 자극적인 도전을 제기할 수 있으나, 근원적인 문제해결에 대한 총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 201쪽

* 싯달타 또한 안티노미(이율배반)을 해결하는 것을 자신의 철학적 과제로 삼지 않았다. 싯달타가 형이상학적 문제를 배척한 이유로서 다음 두 가지 문제의식을 꼽을 수 있다. 1) 형이상학적 문제에서 절대적 해결이란 있을 수 없다. -> 싯달타에게 형이상학적 추론은 극히 무의미한 것이었다. 그가 제기한 문제들은 우주의 물리적 실상에 관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윤리적 문제였기 때문이다. 2) 형이상학적 문제가 해결되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해결은 우리 삶의 고뇌의 해탈에 별로 도움을 주지 않는다. -> 우리가 해탈해야 할 것은 궁극적으로 현상계의 문제이다. 이것이 연기의 철저성이다. - 221~223쪽에서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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