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테일 경제학>을 읽다, 잠시 딴 생각.
사전 필터링 장치 : 편집자 / 신인발굴자 / 스튜디오 경영자 / 백화점 바이어 / 마케터 / 광고주
사후 필터링 장치 : 블로그 / 연주 목록 / 리뷰 / 고객 / 추천기법 / 소비자
라고 구분하고는, "사후 필터링 장치들은 고객의 행동을 예측하기보다 증폭한다는 것이 중요한 차이점이다. 롱테일 시장에서 필터의 역할은 감시자에서 조언자로 바뀌고 있다. 고객의 기호나 취미를 예측하지 않는 구글과 같은 사후 필터링 장치들은 단지 기호나 취미를 비교할 뿐이다.
넷플릭스의 고객추천음악과 같은 사후 필터링 장치들은 고객들의 마음을 미리 읽어내고 예측할 수 있다고 여기기보다는, 고객들을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반응하는 개체로 취급한다. 미디어 해설가인 제프 자비스는 이런 차이점에 기반해 사전 필터링 장치 시장을 '제3자 시장'으로, 사후 필터링 장치 시장을 '당사자 시장'으로 규정한다." 라고 쓰고 있다. (본문 235쪽)
다 맞는 말. 하지만 기묘하게 재밌는 것이 있다. 어쩌면 사후 필터링 장치에 가장 크게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사후 필터링 장치를 가동시키는데 상당한 비용이 드는 카테고리가 존재한다는 것.
뭐냐면, 책이다. 책만큼 리뷰, 고객, 추천기법이 바로 먹혀드는 시장이 없다. 그런데 책은 일단 출간된 다음에야 사후 필터링 장치의 가동이 가능하다. mp3파일 같은 순수 디지털 제품이 아닌, 유형의 재고를 갖는 상품군이다. 한 마디로, 피드백에 죽고 살면서도, 음반처럼 좋은 곡 몇 개를 사전에 공개해서 피드백을 받은 후에 타이틀을 정하고 마케팅 방식을 정하는 방법을 쓸 수 없단 얘기.
게다가 책은 사후 필터링에 (상대적으로)초연할 만큼 규모가 있는 공산품도 아니다. 매스 마케팅으로 밀어 붙인다고 판세가 단 번에 달라지는 일이 다른 카테고리의 상품보다는 적게 일어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몇 천부 팔자고 그런데다 돈을 쏟아부을 수도 없다.
이런 특성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이 조금은 더 재밌어진다. 출간된 책의 생로병사를 지켜보고 있자면 웃음과 한숨이 절로 난다. 특히 초판 규모가 작은 책이나, 중박(중간 대박)인 경우 더 드라마틱하다. 리뷰 몇 개 때문에 초판이 고스란히 악성재고가 되기도 하고, 제목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반응이 급격하게 달라지기도 한다.
얼마 전에 출간된 한학수 피디의 책은 <진실의 힘>과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될까요?> (그날, 엄기영 앵커의 첫 멘트였단다.)을 두고 고민하다, 선택을 잘 한 경우다. 교양인에서 최근에 다시 나온 <나르시시즘의 심리학>은 작년에 <사랑과 착취의 심리학>이란 제목으로 나왔던 책의 개정판(제목 개정판 -_-)이고.
이런 흥미진진함 어디쯤에 내가 하는, 혹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사후필터링 장치가 잘 가동되고, 그 힘이 바로 구매로 이어지도록 사태(-,-)를 '증폭'시키는 일, 그리고 멀쩡한 책이 소소한 이유로 초반에 넘어져 버리지 않도록 근육의 힘을 키워주는 일 같은 것 말이다.
80/20법칙을 뛰어넘고 블루오션 전략을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롱테일 경제학>을 읽으면서, 천부, 이천부의 재고를 머릿속에 그려보는 상황이라니... 첨단을 달린다는 경영서를 읽으면서도 궁시렁궁시렁 말이 많아진다.
사전 필터링 장치 : 편집자 / 신인발굴자 / 스튜디오 경영자 / 백화점 바이어 / 마케터 / 광고주
사후 필터링 장치 : 블로그 / 연주 목록 / 리뷰 / 고객 / 추천기법 / 소비자
라고 구분하고는, "사후 필터링 장치들은 고객의 행동을 예측하기보다 증폭한다는 것이 중요한 차이점이다. 롱테일 시장에서 필터의 역할은 감시자에서 조언자로 바뀌고 있다. 고객의 기호나 취미를 예측하지 않는 구글과 같은 사후 필터링 장치들은 단지 기호나 취미를 비교할 뿐이다.
넷플릭스의 고객추천음악과 같은 사후 필터링 장치들은 고객들의 마음을 미리 읽어내고 예측할 수 있다고 여기기보다는, 고객들을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반응하는 개체로 취급한다. 미디어 해설가인 제프 자비스는 이런 차이점에 기반해 사전 필터링 장치 시장을 '제3자 시장'으로, 사후 필터링 장치 시장을 '당사자 시장'으로 규정한다." 라고 쓰고 있다. (본문 235쪽)
다 맞는 말. 하지만 기묘하게 재밌는 것이 있다. 어쩌면 사후 필터링 장치에 가장 크게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사후 필터링 장치를 가동시키는데 상당한 비용이 드는 카테고리가 존재한다는 것.
뭐냐면, 책이다. 책만큼 리뷰, 고객, 추천기법이 바로 먹혀드는 시장이 없다. 그런데 책은 일단 출간된 다음에야 사후 필터링 장치의 가동이 가능하다. mp3파일 같은 순수 디지털 제품이 아닌, 유형의 재고를 갖는 상품군이다. 한 마디로, 피드백에 죽고 살면서도, 음반처럼 좋은 곡 몇 개를 사전에 공개해서 피드백을 받은 후에 타이틀을 정하고 마케팅 방식을 정하는 방법을 쓸 수 없단 얘기.
게다가 책은 사후 필터링에 (상대적으로)초연할 만큼 규모가 있는 공산품도 아니다. 매스 마케팅으로 밀어 붙인다고 판세가 단 번에 달라지는 일이 다른 카테고리의 상품보다는 적게 일어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몇 천부 팔자고 그런데다 돈을 쏟아부을 수도 없다.
이런 특성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이 조금은 더 재밌어진다. 출간된 책의 생로병사를 지켜보고 있자면 웃음과 한숨이 절로 난다. 특히 초판 규모가 작은 책이나, 중박(중간 대박)인 경우 더 드라마틱하다. 리뷰 몇 개 때문에 초판이 고스란히 악성재고가 되기도 하고, 제목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반응이 급격하게 달라지기도 한다.
얼마 전에 출간된 한학수 피디의 책은 <진실의 힘>과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될까요?> (그날, 엄기영 앵커의 첫 멘트였단다.)을 두고 고민하다, 선택을 잘 한 경우다. 교양인에서 최근에 다시 나온 <나르시시즘의 심리학>은 작년에 <사랑과 착취의 심리학>이란 제목으로 나왔던 책의 개정판(제목 개정판 -_-)이고.
이런 흥미진진함 어디쯤에 내가 하는, 혹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사후필터링 장치가 잘 가동되고, 그 힘이 바로 구매로 이어지도록 사태(-,-)를 '증폭'시키는 일, 그리고 멀쩡한 책이 소소한 이유로 초반에 넘어져 버리지 않도록 근육의 힘을 키워주는 일 같은 것 말이다.
80/20법칙을 뛰어넘고 블루오션 전략을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롱테일 경제학>을 읽으면서, 천부, 이천부의 재고를 머릿속에 그려보는 상황이라니... 첨단을 달린다는 경영서를 읽으면서도 궁시렁궁시렁 말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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