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어느 정치적 인간의 초상 / 츠바이크 인문학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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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행동은 그들이 토한 난폭한 말을 어쩔 수 없이 좇아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 이렇게 해서 수천명의 생명이 희생된 것은 쾌감 때문에도 정열 때문에도 아니다. 결단 때문에는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정치가, 정당인이 비겁하였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세계 역사는 용기의 역사일 뿐만 아니라 또한 비겁함의 역사이기도 하다. 정치는 세상 사람들이 믿으려고 하는 것처럼 여론의 인도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 만들고 영향을 주었던 법정 앞에서의 지도자들의 굴복인 것이다. 위험스러운 말을 지껄이고 국민의 열정을 자극함으로써 전쟁이 일어나는것과 마찬가지다.

이 지상에 어떠한 악덕과 잔인성도 인간의 비겁만큼 많은 피를 흘리게 한 적이 없다. 조제프 푸셰가 리옹에서 대량학살자가 되었다면 그것은 공화주의적인 열정에서 생긴 것이 아니다. 그는 열정을 알지 못한다. 그것은 단지 자신이 온건주의자로 잘못 보일까 하는 두려움에서 생긴 것이다. 그러나 역사에서 결정되는 것은 사상이 아니라 행동이다. 설사 그가 천 번이나 그 말을 부인한다 할지라도 그의 이름은 ‘리옹의 대량학살자’ 로서 낙인찍히게 된다. (p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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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하고 순수한 이념이 1794년의 로베스피에르의 마음속에 살아 있었던 것은 의심할 바 없다. 그러나 더욱 적절히 말하면 그 이념은 살아 있지 않고 그의 마음속에 응고되어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이념이 그의 마음속에서 완전히 헤어날 수도, 또 그가 그 이념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도 없었다. 이것은 모든 독단적 정신의 운명이다. 이렇게 속을 터놓는 온정이나 매혹적인 인간성도 부족한 그의 행위에는 참다운 생산적이 힘이 없었다. 완고한 데에만 그의 강점이 있고, 냉엄한 데에만 그의 힘이 존재한다. 독재적인 것이 그에겐 생활의 뜻이고 형식이다. 이렇게 해서 로베스피에르는 그의 자아를 혁명에 부각시키거나 아니면 그의 자아가 부서질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었다. (p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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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모든 폭력행위는 단 한 사람 로베스피에르에게 책임이 있다라고 그들은 지금부터 주장할 것이다. ... 테르미도르 9일. 그날의 사건에 세계사적인 의의를 부여한 것은 로베스피에르의 처형이 아니라 그 후계자들의 이러한 비겁하고 기만적인 태도이다. 왜냐하면 이날까지 혁명은 모든 정당성을 혁명 그 자체 때문에 요구하였고 모든 책임을 조용히 스스로 지고 온 것이었는데, 이날부터 혁명은 부당한 일을 범한 것도 불안스럽게 승인하였고, 지도자들은 혁명을 부정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 정신적인 신앙과 세계관은 스스로의 절대적인 정당성과 ‘과오 없음’을 부정하자마자 그 가장 깊은 내부에서 이미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측은한 승리자 탈리앵과 바라스는 그들의 위대한 선임자 당통과 로베스피에르의 시체를 살인자의 시체라고 조롱하면서 공화국의 비밀의 적인 온건당, 즉 우익파의 좌석에 불안스러운 태도로 자리를 잡고 앉음으로써 혁명의 역사와 정신은 배신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자신도 배반하였던 것이다. (p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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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가장 불충실한 신하였던 이 사람이 지금은 아무런 구속이 없는 몸이 되었는데도 다시 루이 18세의 대신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운명이 시키는 기적적인 역적이라 부를 수 있을까. 아니면 운명이 내리는 천벌이라 할 수 있을까. 노예근성이란 결코 자유를 이겨낼 수 없는 것이고, 노예근성은 억지로라도 자유에서 도망쳐 나와 다시 새로운 종의 신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어제까지도 강력하고 자주적이었던 푸셰는 다시 주군에게 굴종하고, 그의 자유의 손을 다시 권력이란 노예선에 붙들려 매인 것이다. 그러나 푸셰는 곧 노예선의 표지인 낙인까지도 지니게 될 것이다. (p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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