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Up-Learning 난민 캠프 교육 사업 교육개발협력 사업.평가

IRC의 Airbel Impact Lab에서 PopUp-Learning 웹페이지를 열었다.
'팝업 러닝'은 교실이 부족하고 교사가 충분하지 않고 초등 교육을 시작할 시기를 놓친 아이들이 많은 교육 소외 지역에 태블릿 학습을 도입해 교육 공백을 메우려는 프로젝트다.
2018년 모델을 처음 프로토타이핑 한 이후 2019년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로힝야 난민캠프에서 첫 번째 파일럿 프로젝트를 했고, 올해 2월에는 탄자니아 냐루구수 난민캠프로 확장한다.

에누마의 '킷킷스쿨'도 2월부터 탄자니아 냐루구수 난민캠프에서 브룬디, DR콩고 출신 난민 아이들과 만난다.
키룬디, 링갈라, 키콩고, 스와힐리, 불어가 모어 가운데 하나일 아이들이 킷킷스쿨로 스와힐리 읽기, 쓰기를 배울 예정. 탄자니아 커리큘럼을 따라가려면 꼭 필요한 과정이다.
'팝업 러닝' 프로젝트에는 핵심 요소가 몇 개 있다.
첫째는, 개인화된 학습과정을 제공하고 아이들의 자기주도학습을 가능케하는 기초 문해, 수리 학습 애플리케이션.
Airbel Impact Lab이 시중에 공개된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테스트했는데 Kitkit School, Onecourse, Can't Wait To Learn 단, 3개만 최종선택지에 남았다. 앞의 두 개는 글로벌러닝엑스프라이즈 우승작이고, 다른 하나는 불어권 아프리카 난민 교육에서 대규모로 사용성을 입증한 앱이다.
학습 환경에 제약이 많은만큼 학습 솔루션 선택에 눈높이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교사의 지도가 제한적일때도 아이들이 학습을 시작하고 스스로 끌고 나갈 수 있어야 하고, 인터넷 연결이 불규칙하거나 아예 없는 상황에서도 학습에 대한 몰입과 피드백이 오가야한다. 아이들의 기초가 약한만큼 채워져야 하는 커리큘럼의 범위와 양이 방대해야 하고, 레슨이 유기적이어야 한다.
두 번째는, 난민과 호스팅 커뮤니티의 참여.
학교와 교실이 부족하니 아이들의 집이 학습 장소가 되고 보호자가 교사가 되기도 하고(PopUp Home-Based Learning), 전기와 인터넷 통신 인프라가 제한적이니 지역 청년들이 기기 충전, 보관, 이동을 맡는 에이전트가 되기도 한다.
학습 일과표 자체도 지역의 사정에 맞춰 유연하게 짠다. 종교 공동체의 기도 시간, 치안이 불안정한 난민캠프 내에서 이동이 제한된 시간을 피하고, PopUp Learning 일정표에 태블릿 학습 외에도 레크레이션, 자유놀이 시간을 채워 넣는가 하면, 부모들이 생계활동을 하는 중에도 아이들의 학습에 참여하도록 부모 참여 시간도 마련해둔다.
각각의 요소로 보면 보통의 학교 시간표의 일과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짜여진 방식이 다르다. 9시 등교-3시 하교 식보다는 유연하고, 커뮤니티마다 사정에 맞춰 시간표가 다르기도 하다.
세 번째는, 프로젝트 평가를 위한 리서치와 확산을 위한 비용효과성 모델을 실험하고 최적화하는 데 무게를 둔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Airbel Impact Lap이 보여주는 커뮤니케이션 노력이다.
Airbel Impact Lab은 이 부분에 정성과 노력을 상당히 들인다. 이 조직 자체가 ‘의지’ 의 표현이다. 먼저 파일럿 프로젝트와 리서치를 설계하고 과정을 기록하고 평가하는 사이클을 통해 프로젝트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전담 조직을 "Lap"으로 둔 IRC의 결단이 있었겠다.
그 뒤로는 'Lap'과 '본체'을 연계하는 일상의 노력이 있을 것 같고(이 부분이 또 핵심이다).
Airbel은 결과가 아닌 과정 자체를 커뮤니케이션 하는 데 애쓴다. 어느날 갑자기 리서치 결과 내놓는다고 프로그램 팀이 덥썩 받아 알아서 확산하고, 하늘에서 펀드가 떨어질 일은 생기지 않으니까.
그래서 과정 자체를 나누고 알리고 같이 만들고자 하는 것 같다. 대화의 양이 일단 많다. 그래서 질문도 많고 요구도 많다. 대신 돌려주는 정보량도 많다. 파일럿 프로젝트 결과보고서를 내며 현장에서 마주한 제약과 도전을 가감없이 적는다. 서너줄로 일반화하지 않고 자세히 적는다. 개선 방향도 적는다.
대화에 쏟는 에너지를 낮추지 않는 다는 건,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일. Airbel은 이걸 꾸준하게 한다. 이 길을 기록하며 간다는 게 일단 중요하다. 하물며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그래서도 안 되는, 개발협력 섹터에서는 더 중요하다.

이주배경, 다문화, 느린 학습자를 위한 태블릿 한글 문해 학습 교육개발협력 사업.평가

초등1학년 과정까지의 한국어 쓰기, 읽기, 발음 등을 공부하는 에누마 글방. 이주배경 가정, 다양한 이유로 보호자가 아이의 학습을 도와주기 어려운 가정, 그리고 느리게 배우고 익히는 아이들을 위한 태블릿PC 기반 한글 문해 프로그램이다.
작년에 KB국민은행의 지원으로 이주배경 가정, 취약계층 가정 아이들 500여 명이 처음으로 에누마 글방으로 스스로 학습을 시작했다. 코로나로 지역아동센터나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이 집에서도 공부할 수 있도록 전용 태블릿을 나눠줬다.
어제 글방 사업을 가꾸는 동료, 그리고 '글방'의 첫 사업에 참여한 아동, 보호자, 지자체 그리고 지역아동센터 담당자의 참여 경험을 조사하고 있는 연구자를 만나 '사용 경험 인터뷰' 후일담을 들었다.단어 하나 놓치지 않고 기억해두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봄에 나올 연구 보고서를 기다리기로 하고), 개인적으로 곰곰 생각하게 한 내용은 아래.
  • 취약층 가정 아이들의 경우, 자기 전용의 태블릿 PC를 가져보기는 대부분 처음인데 심지어 그 안에 동네 친구들 그 누구도 아직 본 적이 없는 프로그램이 들어있다. 인터뷰에 응한 아이들이, 태블릿을 동네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하고 책도 같이 봤다는 얘기를 여럿 했다고 한다.
  • 글방 학습 과정의 재미도 재미지만 이 아이들에게 글방이 자부심의 원천이 된 것 같다. 대부분 지자체의 아동 복지 사업에 참여해온 아이들이다. 동네 친구들에 견줘 가장 좋은 것, 쉽게 구하기도 어려운 것, 다들 몰려들어 엿보고 한 번 써보게 해달라 청하는 물건을 가장 먼저 가져보기는 처음인 아이들. 그런 물건이 오롯이 제 소유인 것이 좋았다 한다. 아동 복지 사업에 참여해 도시락, 학용품, 옷가지를 받을 때와는 또 다른 경험이었을 것 같다.
  • 생계 활동이 불규칙하고 고되서 많은 경우 돌봄보다 생계 활동이 어쩔 수 없이 앞 순위에 놓이게 되기도 하는 취약층 가정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학습 도구"를 전해주는 것의 의의가 이 지점에도 있다.
  • 압도적으로 잘 만든 학습 도구라야 일단 학습이 가능하다. 적당한 예산으로 적당히 고민해 적당히 만든 디지털 학습 도구가 보호자의 도움이 적고 아직 공부에 재미를 붙이지 못한 '학습 초년생'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조금하다가 장벽에 부딪치고 어려워서 그만두고 마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그럴 때 아이는 또 좌절을 겪는다.
  • 좌절을 겪지 않게 하려면 처음부터 '최고'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 보조금 사업으로, 아동 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나눠주는 학습 도구가 실은, 그 사회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최고 수준의 학습 도구여야 하지 않을까.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일수록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을 수 있게. 사회가 아이들을 품고 존중하는 방식,혹은 기준이 높아지면 좋겠다. 이 사회가 너를 챙겨, 그리고 너에게 기대해, 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 예산이야말로 한 사회가 무엇을 중요시 하는지를 드러내는 방식이라면, 취약층 아이들에게일수록 가장 좋은 것, 가장 좋은 학습 경험을 갖도록 하는 데 아동 복지 예산을 쓰자. 그럴 때라야 학습 성과도 가능하다.
  • 생계 활동으로 바쁘고 지쳐 아이의 학습을 챙기기 어려운 보호자들이 들려준 이야기도 결이 비슷하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본다는 이야기.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볼 때, 보호자가 느끼는 뿌듯함, 희망, 안도, 피로가 말끔이 사라지는 순간의 경험을 어렵지 않게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다. 하물며 그 순간이 '처음' 일 때는 얼마나 반가울까.
에누마 글방은 '스스로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전용 태블릿 PC를 쓰고 키오스크 모드를 둬 글방 외에 다른 활동으로 빠져 나가지 않게 하면서도, 글방 안에서도 충분히 자유롭게 탐색하는 재미를 느끼고 경험하도록 했다.
도서관에 담긴 수백 권의 책을 만들 때도 한글 학습이 또래보다 느린 아이들의 실력을 고려하되 유아용 그림책에 실리는 '참새는 짹짹, 병아리는 삐약삐약" 하는 수준의 어휘와 그림은 피했다. 아이들의 생활에 맞닿는 지점에서 아이들이 공감할 이야기를 쓰고자 했다. 한글 문해가 느린 아이들도 또래와 관심사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에누마 글방에서는 '분식집 탐방' 같은 초등 일학년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이야기기 펼쳐진다(너도 친구들과 분식집 가서 이제 메뉴 읽을 수 있어!).
글방'이 만든 '첫 경험' 들을 곱씹어 생각해보는 아침. 아이에게는 친구들에게 자랑할만한 으쓱한 뿌듯함을, 스스로 공부하는 재미와 보람을, 보호자에게는 스스로 공부하는 내 아이를 재발견할 기회를, 그래서 조금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의 공부를 도와줄 수 있게 되는 소중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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