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빈국을 위한 무역 정책, 자유 무역 Vs 보호 무역 경제학 Insight

자유무역의 가치에 대한 믿음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핵심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한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은 제조업의 성장에 따른 수출 증가다. 제조업에서 생산성 증가는 '경쟁'을 통해서 이뤄지는데, 관세나 보조금 같은 무역장벽이 이 경쟁을 방해하고 부정부패의 주요 원인이 된다. 규제가 있기 때문에 규제를 피하려는 시도(부정부패)가 생긴다는 식이다.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쪽에서도 자유 무역에 대한 회의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장하준이 명쾌하게 정리했듯이, 개발도상국에 자유 무역을 강요하는 행위는 선진국들의 '사다리 걷어차기' 가운데 하나다. 역사적으로 영국과 미국은 제조업을 발전시키는 단계에서 관세와 보조금 등을 내용으로 하는 '유치산업' 보호 정책을 택했고, 이를 바탕으로 도약했으며, 경쟁력이 성숙한 다음에야 무역 자유화의 길을 택했다. 요컨대 무역 자유화는 경제 발전의 원인이 아니라 경제 발전의 결과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유 무역은 개발도상국(특히 최빈국)의 발전에 대한 논의에서도 대게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이 논의에서는 미국와 EU의 농산물 보호 정책이 단골 이슈다. 미국와 EU 등 부자 나라들은 연간 1,000억 달러로 추정되는 농업 보조금을 지출한다. 가령 미국은 2002년 한해에만 40억 달러나 되는 돈을 단 2만 5000명의 면화 재배 농민에게 제공했다. 이는 미국의 아프리카 전체 원조 총액의 3배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런 보조금은 농촌 경제가 주축을 이루는 가난한 나라에 막대한 타격을 입힌다. 보조금의 혜택을 받은 부자 나라의 수출 농산물이 가난한 지역의 농민이 재배한 작물보다 더 싸게 거래되므로, 가난한 나라의 농민은 생산비용 이하의 시장 가격으로 농산물을 거래하는 상황에 몰린다.

게다가 '경사관세'의 덫도 있다. EU와 미국은 커피나 초콜렛 같은 제품에 경사관세를 부과한다. 원료를 가공할수록 점점 더 많은 관세를 매기는 식인데, 이 때문에 가난한 나라에서는 주로 부가 가치가 낮은 원자재를 수출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원자재는 공급이 늘어날수록 가격이 하락하므로, 결국 가난한 나라는 '경사관세의 덫'에 걸리게 된다.

많은 국제개발 NGO와 신자유주의 대안 운동가들이 이런 논의를 바탕에 두고 Trade Justice 캠페인을 펼친다. 이 중에는 공정무역 Fair Trade 운동도 있고, 부자 나라의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움직임도 있고, 개발도상국을 보호하는 보완적 자유 무역 정책을 제안하거나, 아예 무역 자유화 자체를 비판하며 지역화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극단적인 지역화론에 대해서는 평가가 비교적 명확하다.  이때의 '지역화'는 가난한 나라가 경제의 일부를 보호할 수 있도로 일종의 '유치산업 보호권'을 허용하자는 얘기와는 또 다른 주장이다. 유치산업 보호론이 무역에 대한 옹호를 바탕에 두고 있는 반면, 지역화론은 지역에서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도 수입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서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거나 옹호하거나에 관계없이, 많은 경제학자들이 한 목소리를 낸다. 지역화는 결과적으로 지역화를 통해 보호하고자 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이익을 손상시킨다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들은 고부가가치 제조업이 생존할 만한 국내시장도 갖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며, 설사 시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내 소비에 필요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대게 재료와 부품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곧 외화가 필요하다는 얘기이며, 가난한 나라가 천연자원 원자재를 더 많이 수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체제는 농업경제와 1차 원자재에 더욱 의존하게 되어 제조업이 바탕이 되는 경제 발전의 기회를 찾기 힘들어진다. 지역화가 사람들을 가난의 덫에 더욱 가두는 것이다.

지역화에 대한 논의보다 더 눈여겨 볼만한 것은, 'Trade Justice'를 내세우며 자유 무역을 반대하는 움직임에 대한 역반응counter reaction 혹은 평가다. 이 같은 신중함과 분석적 접근을 전제로 할때 최빈국의 경제 발전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캠페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재
선진국이 후진국에 강요하는 무역 자유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일부 그룹이 펼치는 자유 무역 반대 주장에는 동조하지 않는다. 가난한 나라는 (과거에 선진국이 그랬듯) 보호주의를 활용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자유 무역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지, 무역에서 등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한 예로, 영국의 옥스팜Oxfarm은 현재의 불공정한 체제 아래서도 가난한 나라는 원조보다 수출에서 32배나 많은 수익을 얻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세계무역에서 시장점유율을 5퍼센트만 높여도 가난한 나라는 한 해에 3,500만 달러를 더 거둘 수 있는데, 이는 그들이 현재 원조에서 얻는 액수의 7배에 해당한다. 옥스팜의 모의실험에 따르면, 각 개발도상지역의 수출시장 점유율이 1퍼센트 증가하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1억 2,800명, 다시 말해 세계 인구의 12퍼센트만큼 줄일 수 있다. (Oxfarm International, <Rigged rules and double standards: trade, globalisation, and the fight against poverty>, Oxford : Oxfarm 2002a.)

영국 옥스퍼드 대학 경제학과의 폴 콜리어가 영국의 대표적인 자선단체 Christian Aid크리스천 에이드의 보호 무역 정책 캠페인을 평가한 내용도 관심을 끈다. 폴 콜리어는 <빈곤의 경제학 The Bottom Billion>에서 개발 NGO의 '무역 정책에 대한 무지와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이야기하며, 크리스천 에이드의 캠페인을 예로 든다.

영국의 대표적인 자선단체인 크리스천 에이드는 보호 무역 정책을 옹호하는 대규모 캠페인을 벌였다. 2004년에 진행된 캠페인에서는 '자유 무역 : 일부 사람들만이 그것을 사랑한다 Free Trade : Some People Love it'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서구의 자본가를 아프리카 여성 농민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은 돼지로 묘사했다. 또 2005년에는 '실패의 경제학 : 자유 무역이 빈국들에 부과하는 실질적인 비용 The Economics of Failure : The Real Cost of 'Free' Trade for poor Countries'이란 정책 리포트도 발표했다. 이 자료는 지난 20년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무역 장벽을 다소 완화함으로써 이미 이 지역에 2,720억 달러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economics_of_failure.pdf)

폴 콜리어는 '무역 정책은 NGO의 세계에서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경제학의 한 분야라며' 위와 같이 자유 무역을 비판하는 크리스천 에이드의 메시지는 '크게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왜 밑바닥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높은 무역 장벽을 채택할까? 한 가지 이유는 높은 무역 장벽이 부정부패의 주요 원천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다가스카르의 마크 라발로마나나, 우간다의 임마누엘 투무심-무트빌, 나이지리아의 농지 오콘조 이웰일라 같은 정치 개혁가들이 무역 자유화를 개혁 우선순위에 둔 이유이기도 하다. 밑바닥 국가들의 정치 권력자들은 무역 규제를 통해 어떻게든 부정부패를 이러가려고 하는 반면 정치 개혁자들은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는 무역 장벽을 낮추기 위해 투쟁을 벌인다. 이런 상황에서 무역 정책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천 에이드 같은 NGO들이 엉뚱하게 자유 무역을 비판하는 캠페인을 전개했던 것이다." (<빈곤의 경제학>, 332쪽)

더불어 크리스천 에이드 같은 NGO들이 바라는 "높은 무역 장벽과 큰 규모의 원조"가 양립하기 어려운 정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추가 원조가 무역 자유화를 수반하지 않는다면 원조가 오히려 빈곤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원조는 기본적으로 외환, 즉 달러, 파운드, 유로 등으로 제공된다. 밑바닥 국가들이 이런 원조를 학교에 지출하고자 한다면 외환을 팔아 자국 통화를 마련해야 한다. 수입업자들은 수입품의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외환을 매입한다. 따라서 원조의 가치는 사람들이 수입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정도에 비례한다. 만약 수입 또는 수입품 판매가 금지되거나 높은 관세가 붙는다면 외환 수요는 낮아지고, (원조 외환의 가치도 낮아지므로) 원조는 학교에 제대로 지원되지 못할 것이다." (같은 책, 334쪽)

"수출업자들은 수출을 통해 외환을 벌어들인다. 수입업자들은 수출업자들을 통해 외환을 확보하든지 아니면 원조를 통해 확보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원조는 수출업자들과 경쟁관계에 있다. ...(중략)원조는 환율을 떨어뜨리는데, 이 때문에 수출업자들이 벌어들이는 달러는 자국 통화에 비해 가치가 하락한다. 결과적으로 수출업자들은 적자를 보게 되고 사업을 접는다. 원조가 크게 증가해 수출 경쟁력을 파과할 경우 원조는 밑바닥 국가들이 해결하는 문제를, 즉 새로운 수출 부문들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같은책, 334쪽)

"결국 수입품에 대한 수요가 같이 증가해야만  수출업자들이 추가 원조로 불이익을 보지 않는다. 무역자유화는 환율을 떨어뜨릴 필요 없이 수입품의 가격을 떨어뜨림으로써 수요를 늘린다." (같은 책, 335쪽)

"NGO들이 선호하는 원조의 사회적 지출은 무역 자유화를 더 필요로 한다. 따라서 크리스천 에이드는 추가 원조와 더불어 아프리카의 무역 자유화를 지지하는 캠페인을 벌어야 한다." (같은 책, 3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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